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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수소 메가블록으로 <10> 수소경제 숙제는 주민 수용성

도심 수소 인프라 넓히려면, 이익 공유제로 주민 설득을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21-11-09 20:06:5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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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내 차량 충전소 단 2곳뿐
- 폭발 가능성 높은 물질로 오해
- 북항·남구 설치 주민 반대 막혀

- 금정구에 추진 중인 연료발전소
- 지역민 채용·연계 사업 등 제안
- 반대주민 다수 찬성으로 돌아서
- 관련 시설 운영 수익 일부 활용
- 지역 환경 개선 땐 반발 최소화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분산형 전원 활성화에 적합하다는 점이 꼽힌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 수요처 인근 지역에 설치하는 소규모 발전 시설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설비가 간단해 주거지 주변에도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이 분산형 전원에 사용된다.
   
부산 사상구 H부산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 수소차량과 수소전기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이곳에는 연내에 수소 충전기 2기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김종진 기자
분산형 전원이 활성화되면 더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로 석탄·원자력 발전소를 짓느라 반대에 부딪히고, 또 그곳에서 대도시까지 송전망을 건설하느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일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발전원이 분산되면서 중앙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독립적인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가능해 한층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도 화석연료만큼 환영받지 못한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나 충전소를 세우려고 하면 혐오 시설 취급을 받으며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수소를 친환경 에너지보다 폭발할 수 있는 위험 물질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소 에너지 사용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험 시설 취급받는 수소 인프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부산에는 수소차가 1021대 보급됐다. 지난해까지 부산에 보급된 수소차는 906대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았는데, 올해 부산시가 수소차 보급을 위해 대당 3450만 원을 지원하는 구매보조사업을 하면서 증가하고 있다.

수소차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차량 운행에 꼭 필요한 수소 충전소 확충은 더디다. 현재 부산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사상구 H부산수소충전소, 강서구 서부산NK수소충전소 2곳뿐이고, 각 충전소에 충전기가 1기씩만 설치돼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보면 수소충전기 1대가 차량 511대의 충전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충전 인프라가 가장 열악하다. 시는 수소충전기 11기 확충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사상구 대도하이젠에 2기, 기장군 정림충전소에 1기, 동부산 공영버스 차고지에 3기 설치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건축 인허가 등 사전 절차를 이행 중이다.

충전소 부족은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수소차는 1만5000여 대지만 전국에 충전기는 116기뿐이다. 수소차 보급 대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수소 충전기 1기당 차량 대수는 129대로 독일(1기당 9대), 일본(38대) 중국(56대)보다 현저하게 뒤진다.

수소충전소가 늘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설치 예정지 주민의 반대가 꼽힌다. 지난해 5월 동구 북항재개발 2단계 지역에 수소충전소 설치가 추진됐으나,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지난달에도 남구 용호동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 반대로 제대로 설명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5분 만에 마무리됐다.

■수소에 대한 오해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수소충전소 등을 고위험 시설로 여기는 것은 수소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대다수는 수소를 생각하면 ‘수소 폭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수소 폭탄의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와 다르다. 수소 폭탄은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섭씨 1억 도까지 가열될 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하는 원리다. 자연 상태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소와 결합하는 화학반응만으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를 절대로 구현할 수 없다.

수소는 가연성 기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 중 수소 농도가 4~75%일 때 점화원과 만나면 폭발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로 공기보다 14배 가볍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아니면 유출되는 순간 대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해 폭발할 만한 농도에 이르지 않는다.

수소가 자연발화하는 온도 또한 섭씨 575도로 휘발유(500도) 경유(345도) 메탄(540도)보다 높아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화학공학회가 제시한 에너지원별 종합 위험도를 보면 수소의 위험도는 1로, 가솔린(1.44), LPG(1.22), 메탄(1.03)보다 낮다.

수소차나 수소충전소에 있는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금속 또는 강화 플라스틱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 타입4 수소탱크는 에펠탑의 중량인 7300t, 수심 7000m 압력도 견딜 수 있다. 수소가 누출되면 경보를 울리고, 이상 압력이 감지되면 공급을 긴급 차단하는 등 안전장치도 겹겹이다. 만일 사고가 발생해도 탱크는 찢어질 뿐 터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빠르게 흩어져 폭발 위험이 적다.

시 관계자는 “수소가 쉽게 폭발한다는 오해 때문에 충전소나 연료전지발전소 등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 향후 충전소를 지을 때 홍보관을 마련해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넘는 해법 ‘이익 공유’

전문가들은 이익 공유제도를 주민의 반대를 넘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수소 에너지 관련 시설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가 주민 생활 개선에 사용될 수 있다면 환영받는 시설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경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곽기호 교수는 “수소충전소는 주유소만큼 많이 들어서기 어렵고, 충전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30분 정도 머물고 가는 시설이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출자를 하고, 충전소에 딸린 편의시설에서 나오는 수익 등을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다면, 수용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서·금사 공업지역에서 추진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이익공유제의 좋은 사례다. 이곳에서는 부산기업 비전테크가 2019년 8월부터 20㎿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시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수소가 폭발할 가능성, 전자파 영향에 따른 발암 가능성, 수영강 생태 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반대했다. 구의원 등이 포함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주민 4000여 명의 서명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업체의 설득 과정에서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인 해운대 그린에너지를 방문하는 등 수소에너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주민들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지역 재생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직접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하기 위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혐오시설로 취급되는 금정구 회동동 부산건설안전시험사업소의 유휴부지를 임대해 발전소를 60㎿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짓는다는 게 조합의 계획이다. BNK금융그룹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지분 투자 의향을 보이는 등 원활하게 추진 중이다. 조합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생기면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지역 환경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다. 발전소 폐열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연계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모든 주민이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철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중재위원장은 “처음에는 대부분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부정적이었지만, 수소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주민이 많아졌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지역을 살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끝-

◇ 지역별 수소차·충전소 현황  (2021년 3월 기준)  ※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구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경남

충전기

4

2

1

2

4

3

14

9

8

수소차

1679

1021

133

571

736

508

1985

1995

1070

충전기 1기당 차량 대수

424

511

133

286

184

169

142

222

134


◇ 부산시 연료전지발전 보급목표

2021년 현재

47.28㎿ 

2030년

150㎿

2050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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