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인구·자원 밀집하는데
- 지역 고령화 등 휴먼파워 저하
- 지방정부 행정·재정 권한 늘려
- 주도적 산업환경 개선 기회 줘야
지역 기업의 ‘부산 이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국가균형발전이 추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언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마저 지방도시에 ‘희망 고문’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부산의 출생률은 연일 전국 최저치를 기록하는 반면 고령화는 심화하고 있어 ‘휴먼 파워’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들은 왜 떠나야 했나
지역 기업들이 부산을 떠난 것은 국가 균형발전의 틀이 사실상 무너지고 수도권 일극화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블랙홀’이 되어 지역 청년층을 흡수하고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 모든 권한을 거머쥐면서 사실상 지역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3일 한 포럼에서 “지방정부에 포괄적인 행정·재정 권한 부여 등 지역이 주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공정한 국가균형발전 여건 조성이 차기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닥을 기는 출산율, 초고령사회 진입 등 ‘산업 활력’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분석한 최근 10년간 15세 이상 노동 가능 인구 자료를 보면 2012년 296만9000명에서 2016년 300만1000명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다시 294만8000명까지 하락했다. 청장년층(15~59세) 취업자수도 2012년 146만2000명에서 2021년 129만6000명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낮은 인건비도 지역 청년층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2018년 기준 전국 제조업 월평균 임금은 376만6730원인데 비해 부산은 308만5917만 원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15위다. 동아대 최규환(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역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의예과에 지역 인재 선발을 대폭 확대했듯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도 지역 인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넓혀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강제성을 띠지 않으면 국가균형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 빠르게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 행정당국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탈출하고, 기업은 다시 그들을 쫓아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콩나물에 물 주듯’ 희망을 틔운다
‘탈부산’ 상황에서도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역이전하는 기업도 있다. 제엠제코㈜는 13년간 운영한 경기도 부천의 사옥을 정리하고 지난해 부산 기장군 의과학산업단지 파워반도체 상용화단지에 입주했다. 5132㎡의 부지에 본사 연구소와 생산설비도 갖췄다. 직원은 70여 명이다. 수도권이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하는 동안 부산시가 파워(전력용)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전하게 됐다. 최윤화(52) 대표는 “전력용 반도체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로 수소자동차에도 활용돼 향후 활용가치가 커질 것”이라며 “반도체 관련 업체인 부산대 학교기업 효원파워텍도 곧 클러스터에 입주하고, 부천의 여타 반도체 기업에도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적극 권하고 있어 부산이 파워반도체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시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올 들어 18개 기업을 유치, 내년까지 2조1276억 원의 투자와 8197명을 고용한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쿠팡 BGF리테일 LX판토스 등 물류 글로벌기업을 유치했으며, 외국인 투자를 위한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명지국제학교 건립도 추진 중이다. ICT 분야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5000명을 양성키로 했다.
시 김윤일 경제부시장은 “서울 마곡지구와 경기도 판교 등에 연구개발 IT 벤처기업들이 몰리고 있지만 지역에서도 인재 양성을 위해 여러 기반을 닦고 있다”며 “정부도 지역의 고급 IT인력 양성에 획기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 지방 이전 기업에 부지나 설비 지원을 하는 것처럼 비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연봉 지원 등 사람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