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선사 물류기업 변신 가속
- M&A 한계… 업계 변화 뒤처져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이 연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세다. 경쟁사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데 반해 HMM은 소비자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분석이다.
2일 HMM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치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9248.8% 폭증한 2조2998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선사 8위에 올라 있고 총 선복량은 82만4904TEU로, 세계 선복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글로벌 선사들과 함께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
눈부신 실적과 달리 주가는 내리막이다. 지난 5월 5만 원대를 찍었던 주가는 2일 현재 2만6400원으로 반토막이다. 직접적으로는 지난 10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6000억 원대 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한 주식 전환 청구권 행사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3분기 호실적이 발표된 후에도 주가는 좀처럼 올라갈 줄 모른다. 지난 10월 말과 비교해도 11.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머스크가 6.35%, 코스코가 9.72%, 대만의 에버그린마린이 25.13% 오른 것과 비교된다.
HMM의 부진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Door to Door’(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배송)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주들은 최근 2년 새 코로나19로 배송일정을 맞추지 못해 곤욕을 치르면서 정시성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그동안 단순히 저렴한 배송비를 원했다면, 지금은 물건이 언제 어디까지 도착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길 원한다. 또 계획이 바뀌어 선박이 아닌 항공으로 배송하길 원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글로벌 선사는 이런 수요에 대응하려 ‘Door to Door’ 종합 물류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3분기 잠정 실적 보고서에서 물류회사 인수 추진 및 화물 항공기 추가 확보 등 항공화물 운송 부문 확장계획에 대해 언급하며 항공물류에 강점을 보유한 독일계 물류회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향후 연간 항공운송 물량의 1/3을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물류 서비스와 관련한 기업도 대거 사들여 화주와 직접 계약을 맺고, 배송까지 책임지는 형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월마트나 아마존 등 글로벌 화주는 선적부터 도착지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다”며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로 변신할 것을 예고했다. 최근에는 미국 LA 항만의 FMS 터미널 지분 90%를 23억 달러에 매입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반해 HMM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감독을 받아 경쟁사처럼 인수·합병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이행 등에 무리가 있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은 좋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경쟁사들은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해 장기계약 물량을 대거 확보하고 있지만 HMM은 다소 뒤진 상황이라 사업 전망이 마냥 밝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