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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 나아갈 길 <7>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영화제·제작사·대학 삼각편대…부산형 제작 체계 구축을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1-12-05 19:55:5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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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亞영화학교 인력 네트워크 형성
- 영화학과 재학생 인턴십 협력 등
- 제작자 육성 방안 체계화할 필요

- 부산영상위 편당 최대 2억 지원
- 업계선 “10억 원은 필요” 하소연
- 제작환경 개선 위한 증액도 절실

- 지역 극장 활용한 영화제 활성화
- 영화인과 시민 소통의 장 늘려야

부산에서 영화 만들기는 어렵다. 수도권에 제작 인프라, 자본, 인력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집중된 ‘그들만의 리그’는 다른 지역 영화 산업을 식민지화한다. 부산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지난 1일 개최한 송년 세미나. 부산영상위 제공
이런 기운을 확산하려면 무엇보다 부산 제작사에 대한 집중 육성 방안을 체계화해야 한다. 제작사 육성이란 곧 제작자(프로듀서) 육성이다. 제작자는 예술 차원의 영화를 산업 영역으로 끌어내는 사업가다. 제작자는 감독을 섭외하고 스태프를 모으고 때에 따라 캐스팅에도 관여한다. 예술가인 감독과는 구별되고 프로야구로 비유하면 구단의 단장을 말한다.

■편당 제작비 지원 늘려야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4기 졸업식(지난달 26일) 모습. 부산영상위 제공
부산 제작사가 규모 있는 투자를 받으려면 부산영상위원회 등의 초기 지원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작품이거나 예술성이 아주 높은 작품에만 현금 지원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지원책이 일반적이지만, 부산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 제작사가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기 때문이다. 부산 제작사에는 사다리가 절실하다.

부산 제작사는 부산영상위 지원을 바탕으로 외부 투자를 더 받아 제작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작품이 성공하면 후속작을 만들게 된다. 부산 제작사의 자체 제작 건수가 많아지면 대학에서 육성한 인력의 역외 유출도 막을 수 있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5일 “현재 최대 지원액이 2억 원인데 이 예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사람은 홍상수 감독밖에 없다. 기본적인 지원액을 10억 원대로 높여야 작품 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케이션 장점 극대화

부산지역 대표 영화관인 부산극장 내부 모습. 정옥재 기자
부산은 프랑스 남부 제1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국제신문 지난달 22일 자 6면 보도)처럼 좋은 기후와 풍경을 갖고 있다. 로케이션에서 강점이 크다. 이를 극대화하면 제작자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 부산 제작사가 다른 지역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할 수도 있고 로케이션 지원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숏폼 드라마 콘텐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OTT 시리즈 ‘좋좋소’는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와 올해 부산 모처에서 많은 부분 촬영했다. ‘좋좋소’ 제작사 디테일 스튜디오 이태동 대표는 “부산 제작의 장점은 부산의 낡은 느낌을 유지하는 곳을 촬영하는 것인데 이런 곳이 많이 사라졌다. 도시 재생을 한다면서 허물어 버린다. 시가 매입해서라도 일부분이라도 살려줬으면 한다”며 “부산 제작사나 역외 제작사가 로케이션할 때 이런 장소를 오픈 세트로 활용할 수 있다. 부산이 하나의 거대한 영화, 드라마 세트장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제작사 협력을

부산에는 영화 인력을 배출하는 학교가 많다. 학교와 제작사가 협력하면 인력 유출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고 제작사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송민승 부산영화영상제작협의회 대표는 “영화학과 재학생이 인턴으로 제작사에서 일하면 학생은 제작사를 미리 경험할 수 있고 제작사는 인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영화 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이다. 인맥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좋좋소’나 ‘영화의거리(제작사 눈)’도 네트워크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영화의거리’ 제작진은 정규 대학이 아닌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주축을 이뤘다.

■해외 협력은

마르세유나 스웨덴 예테보리(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6면 보도)에서는 제작사의 해외 협력이 활발하다. 비수도권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면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해외에서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돌파구가 된다. 그러나 부산은 고립돼 있다. 일본 후쿠오카와는 가깝지만 정치적 이슈 때문에 일본과 활발한 교류를 하기에는 장벽이 크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도 인천공항은 열어도 김해공항 개항에 정부는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에서 활로를 개척하려면 부산에서 활성화돼 있는 각종 영화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부산영상위가 해마다 개최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태동 대표에게는 최근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재학생들로부터 협력 요청이 온다고 한다. 이 대표는 2014~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AFA(아시아필름아카데미)에서 스태프로 일했고 이때 학생으로 왔던 아시아 학생을 알게 됐고 이들이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들이 나중에 각국에서 영화를 만들거나 영화제를 개최하고 이후 사업적인 연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BIFF의 AFA 참여 학생 24명 가운데 한두 명은 동서대 몫이 있었다. 동서대는 해마다 비프에 5000만 원을 지원했고 이 몫으로 동서대 출신이 AFA에 참여할 수 있었다. AFA에서는 짧은 기간에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데 현지 스태프가 필요했고, 이때 이 대표가 스태프로 일했던 것이다. AFA 및 부산아시아영화학교가 아시아와 부산 영화 제작 인력의 네트워크가 된 것이다.

AFA에서 동서대 몫이 현재 없어진 상태이고 AFA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정 중단됐다. 비프, 부산지역 대학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방안이 절실하다.

■지역 영화관 활용을

지역 영화관을 활용하면 영화에 대한 시민 관심을 높일 수 있고 영화를 매개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동력이 결국 영화 산업, 영화 자체 제작 능력에도 도움을 주는 등 ‘뿌리’ 역할을 한다.

멀티플렉스라도 지역 사회와 소통이 보다 원활한 위탁점이 있다. 위탁점이란 멀티플렉스 직영점과 달리 지역 자본가가 멀티플렉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운영하는 지역 영화관이다. 위탁점은 운영자 의지에 따라 각종 지역 영화제도 열 수 있다. 부산 중심가에 있는 CGV 가운데에도 위탁점이 있다.

위탁점과 지역 사회가 상생하는 좋은 사례는 대구에서 찾을 수 있다. 대구에는 10년째 대구여성영화제가 열린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초저예산으로 여성 영화제가 유지되는 것은 위탁점주 의지가 크다. 부산 해운대 CGV 등을 운영하는 ㈜지원(대표 임헌정)은 대구 북구의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초창기 대구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지금은 시내 중심가인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만경관(위탁점·지원에서 운영)에서 열린다.

장지은 대구여성영화제 운영위원은 “영화제를 열기 위해 멀티플렉스 본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만 했다. 수소문하다가 위탁점주를 만나 영화제를 열 수 있었다. 임헌정 대표가 조건 없이 후원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는 시민이 제작한 영화가 상영되고 지역 감독들이 시민과 직접 만나는 자리다. 대구는 부산보다 영화 제작 인프라와 인력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

부산에서도 시나 각 구·군 차원에서 소규모 영화제를 더욱 육성해 시민이 제작과 소비의 주체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시, 부산시의회도 부산의 소규모 영화제, 제작사 육성에 대한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김태훈 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부산이 BIFF만의 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영화 도시가 되려면 다양한 영화제를 육성해야 한다. 시의회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현장 제작자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파악하겠다.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정책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끝-

◇ 부산의 영화·드라마 인프라

구분

내용

영화관

27곳(스크린 211개·2020년 기준)

제작사

77곳(2019년 기준)

촬영소

1곳(스튜디오 2개)

후반작업소

2곳(사설 1, 공설 1)

배급사

2곳

대학

경성대 동서대 동의대 부산대 등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등

평론가단체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자료 : 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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