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과거 유치실패 의식한 듯
- 총리 등 동원해 관광·교통 홍보
- 정부·市 “가장 강력한 상대” 평가

- 우크라이나 ‘디지털 국가’ 초점
- 이탈리아는 딱딱한 브리핑 그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5개 국가의 총력전이 첫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르면서, 한국(부산)이 경쟁해야 할 4개 국가의 유치 전략도 PT 동영상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특히 정부와 부산시는 러시아 PT가 나머지 3개국보다 경쟁 우위를 보인 것으로 일단 평가하며 동영상에 담긴 ‘숨은 전략’ 등을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5일 국제신문이 ▷러시아(모스크바)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등 4개 경쟁국의 PT 동영상을 살펴 본 결과, 적어도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PT가 가장 역동적인 콘텐츠를 담은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3개 국가는 연설에 나선 인사가 책상에 앉거나 단상에 올라 정적인 자세에서 대본을 읽은 것과 달리, 러시아는 자국의 엑스포 유치위원장과 총리 등이 2020두바이엑스포 현장에 있는 러시아관 앞에서 유치 의지를 밝히거나 박물관 등 자국의 대표적 명소에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유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동영상에 등장한 인사도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탈리아(4명) 우크라이나(3명) 사우디(1명)와 달리 러시아 정부는 자국 총리를 비롯해 총 7명의 인사를 출연시켰다. 우리나라는 6명(문재인·김영주·유명희·박형준·문승욱·이정재, 직함 생략)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수차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러시아가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동영상 제작에도 자금을 많이 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봐도 러시아가 부산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임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PT 동영상을 통해 ▷세계적 관광도시 이미지 ▷15만 대 이상의 택시 등 훌륭한 교통수단 ▷우주산업 등 과학기술 강국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현황 ▷발레를 비롯한 문화예술 등을 홍보하며 엑스포 유치의 최적 도시임을 강조했다.

다른 국가의 전략도 일부 드러났다. 특히 베일에 가려졌던 우크라이나는 ‘디지털 국가’라는 점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정부 측 인사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패스포트를 완전히 합법화(fully legalized)한 세계 첫 번째 국가이자 유럽의 IT(정보기술) 허브”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우디는 자국의 국내총생산(GDP) 등 ‘머니 파워’를 뽐내기도 했다.

부산 역시 러시아 등 경쟁국을 능가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광안대교, 영도다리, 해운대 마린시티, 자갈치 시장, 사직야구장 응원 모습, 부산국제영화제(BIFF), 먹거리 문화, 지역 해수욕장 등 부산을 대표하는 콘텐츠 대부분이 동영상에 담겨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에 소개됐다. 부산 PT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Universal yet Unique(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였다. 배우 이정재는 동영상에 깜짝 등장해 “부산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정부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경쟁국 PT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