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적 화물 묶이는 사태 벌어져
- “선주 부산항 이용 꺼릴 것” 호소
- 항만 특성 고려 개정 목소리도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뾰족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지역 기업들이 전전긍긍(국제신문 지난달 16일 자 12면 보도)하는 가운데 항만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세계 환적항 2위 부산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업장 안전 사망사고 발생 시 최대 한 달간은 터미널을 폐쇄해야 해 해외 선사들이 리스크가 상존하는 부산항 환적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부산 신항·북항 터미널 운영사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사고 수습 후 터미널을 정상 가동하기까지 최대 한달이 소요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항만 내 인명사고 발생 시 사고원인 등을 분석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 방지책 등을 마련해 승인을 받은 후 터미널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모두 끝내기까지 1개월가량이 소요되며, 이 기간 정상적인 하역 작업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싱가포르항에 이어 전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이 ‘중대재해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선사나 선주 입장에서는 부산항으로 화물을 운송하기를 기피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신항 3부두 운영사인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 김규경 대표는 “터미널을 1개월가량 스톱시키면 선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된다”며 “해외 선사에서 중대재해법으로 화물이 묶이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면 부산항 환적자체를 꺼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올해는 부산항 안전 사망사고가 없었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7명이 숨지는 등 터미널의 안전사고 위험은 여느 사업장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항만 운영 구조상 터미널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사고를 모두 예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항만은 터미널사만이 아닌 선사·화주가 고용한 인력이 수시로 오가며 화물을 올리고 내린다. 실제 A 터미널운영사의 고용 구조를 보면, 야드트랙터운전사·현장 감독 등 직접 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660여 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건강 상태를 살피는 등 사고 예방 교육 및 관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선박 검수, 선용품 제공, 컨테이너 운송 선사 등이 따로 계약을 맺은 근로자 등 300여 명에 터미널을 오가는 트레일러는 하루평균 4000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 내 인명사고를 100% 막을 방법은 완전 무인·자동화 시설로 구축하는 방법인데 현재로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항 4부두 운영사인 HPNT 김규봉 대표는 “법 시행을 앞두고 각 터미널마다 사고 예방책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직고용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그나마 가능할 수 있다지만 다른 고용 형태로 터미널에서 일하는 수백명을 모두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많은 해외선박이 교차하는 항만 특성을 고려해 법 적용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