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내 유휴지 개발 활발 전망
- 사업자 제안에 市 보완식 사업
- 공공기여·민간특혜 논란 뒤따라
- “市 명확한 도시 콘셉트 가져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 컨테이너야적장(CY) 개발 계획이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국제신문 16일 자 1면 보도)하면서 시의 ‘사전협상제’ 1호가 결실을 거뒀다. 이를 계기로 민간이 주도하는 유휴 부지 개발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시가 민간 특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명확한 도시 개발 계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시에 따르면 옛 한진 CY 부지 개발 사업 외에 사전협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기장군 일광면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 사업과 사하구 한진중공업 다대동 부지가 꼽힌다.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 사업은 2018년 민간 사업자 동일이 해당 부지 14만8000㎡ 용도를 공업지역에서 준주거·상업지역으로 변경해달라며 사전협상 개발을 신청했다. 시는 사전협상 대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동일은 국제 공모를 통해 전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옛 한진중공업 다대동 부지 역시 민간 사업자가 이달 초 사전협상 개발을 신청했다.
지역 건설업계는 옛 한진 CY 개발 사업이 가시화된 것을 계기로 사전협상제를 활용한 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도심에 있던 공장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채우면서 도심에 방치된 유휴 부지의 개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협상제를 통해 부지 용도를 변경할 수 있게 된 만큼 공공기여금을 내더라도 개발을 진행하려는 사업자가 늘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내 대형 유휴 부지 개발은 공공과 민간 모두 원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개발을 시도하려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의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 용역에 따르면 사전협상형 도시계획이 가능한 곳은 금곡동 조달청 부지 등 9곳이 거론된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전문가와 시민, 시의원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지만 민간 사업자가 제안한 내용을 시가 검토·보완하기에 결국은 사업자에게 끌려가는 구조이고, 이 때문에 특혜 시비도 뒤따른다. 이번 사례의 경우 사업자가 공동주택 6개 동을 건립하기로 해 ‘아파트 사업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진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가 사전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사업자의 제안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결국 막대한 개발 이익만 안겨주게 됐다”며 “아파트 개발에 따른 이익까지 고려해 공공 기여 부분을 협상해야 했는데 사전협상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시가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할 때 명확한 개발 계획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경성대 남광우(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를 본보기 삼아 앞으로는 시가 사업지와 주변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지 확실한 ‘도시 콘셉트 계획’을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하며, 개방적인 의견 수렴 체계를 마련하고 토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분에 대한 기여 등을 더해 ‘부산형 사전협상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제
5000㎡ 이상 유휴 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 이전 부지를 개발할 때 용도지역 변경을 포함한 사업자의 개발계획안 수용 여부, 공공기여 방식 등을 일괄 사전 협상으로 결정하는 제도.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