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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2> 이유원 선장

‘백경호’ 지키며 미래 선장 육성 … 한국 수산업 혼을 심다

  • 김정하 한국해양대 글로벌해양인문학부 교수
  •  |   입력 : 2022-01-24 20:11:2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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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장인 형 영향받아 수산대 진학
- 졸업 후 3년간 배타고 항해 경험
- 어군탐지술 등 배움 노력도 계속
- 5년 전 모교에 지도교수로 복귀

- 4000t급 선장의 산실 이끌고
- 수산업계 난제 전문 인력 육성
- 1남 1녀 모두 관련 학과로 인도
- “블루오션 무궁무진” 미래 자신

바다에서 어선을 타는 기성세대에게 지금 막 물어보자. 당신의 그 직업을 자식에게도 물려주겠느냐고. 대답하는 사람 열의 일고여덟은 부정적이다. 어선 수는 날로 줄어들지만 어업인 수급과 전문 인력 양성은 수산업계의 난제 중 난제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4000t급 부경대 실습선 ‘백경호’ 이유원 선장이 선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유원 선장 제공
■아들딸 수산 관련 학과 입학 시켜

부경대 실습선 ‘백경호’의 이유원(53) 선장은 달랐다. 아들을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에 입학시킨 것을 비롯해 금쪽같은 자식 1남 1녀 모두를 부경대 수산 관련 학과에 보냈다. 수산업의 미래를 그만큼 확신하기 때문이라 한다.

선장은 부산수산대·부경대 어업학과 역사가 담긴 ‘어업학과 70년사’를 숫제 경전으로 여기는 듯싶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펴지도 않은 채 그 안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 성공담을 줄줄 읊어 보였다. 수산업계의 전설이 된 동원참치의 김재철부터 원양어업과 냉동·수산가공을 망라한 윤명길, 명란 수출의 주역 장석중, 한국 최대 어구(漁具) 회사를 키운 서일태 등의 일화였다. 그들이 이루어낸 신화처럼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수출품의 15%는 수산물이었고, 영양 결핍에 시달리던 국민의 주요 단백질원 역시 생선이었다. 김영목 부경대 학생처장은 이 같은 기적의 주인공 대다수가 부산수산대 교수라고 설명했다. “무지개송어 입식에 성공한 김인배 교수님은 식량 증산의 수훈자였고 통영 굴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공인을 따낸 장동석 교수님은 수출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선장’인 형 영향에 부산수산대 입학

이유원의 오십 평생은 선장의 손에 자라 선장으로 입신한 과정이었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이헌기와 김월선의 7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남편을 일찍 여읜 홀어머니로선 살림을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위아래가 서로를 챙기는 형제간 우애만은 도타웠다. 이유원 역시 통영수산전문대학을 나와 현재 해양환경관리공단 선장인 다섯째 형 이오재 덕에 일찍부터 바다를 알았다. 대구 능인고를 졸업하자 ‘수산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산수산대 입학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부산수산대 어업학과 스승들은 이유원에게 평생 간직할 ‘혼’을 심어주었다. 박중희 교수는 원양어업에 도전할 패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갈색 폭격기’로 유명했던 이병기 교수는 규율과 절도를 가르쳤다. 신형일 교수는 자상하게 대학원 과정을 지도해줬고 막 유학에서 돌아와 열정적으로 실습을 지도하던 이대재 교수는 학문적 비전을 안겨줬다. 시인 김기림이 작사한 교가 ‘바다는 넓은 곳 젊은이 나라’가 울려 퍼지던 그 ‘선장의 산실’은 어선 선장을 비롯한 해양경찰청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해군 장성도 배출했다.

■어군탐지기술 ‘소나’ 분석 박사

백경호에서 어로 실습을 위해 그물을 내리는 모습.
자부심을 안고 대학을 졸업한 이유원은 1991년 ‘뚜깨비(두꺼비)’란 애칭으로 불리던 4000t급 원양어선 ‘대성호’에 올랐다. 그리곤 일단 출항하면 6개월을 바다에서 보내며 서베링해, 오호츠크해에서 험난한 어로를 3년 동안 여섯 번 체험했다. 이후 배에서 내린 그는 모교 대학원 석사를 거쳐 일본 홋카이도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어군탐지기술인 ‘소나(Sonar)에 의한 정량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마조신화의 현대판인 과학기술을 연구하고도 이유원은 생각했다. “훌륭한 선장이라면 어군탐지기 독해능력을 갖춰야 한다. 최고의 어장을 찾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다.”

삶에서의 역할 찾기 역시 당사자의 몫이었다. 귀국 후 몇 년간 계약교수로 일하던 이유원은 2011년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가 되어 원양어선과 연안어선 직무, 소형선을 위한 레이더시뮬레이션과 직무를 가르쳤다. 익히 알려졌듯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기왕에 배를 타던 선원만이 아니라 새롭게 바다에서 일을 찾으려는 일반인을 위한 교육과정도 개설한다. 그들에 대한 교육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한 이유원은 마침내 5년 전 모교로 돌아와 실습선 지도교수가 되었다. 그리곤 2020년 옛 실습선 이름을 물려받고 용호만 부두에 들어온 ‘백경호’ 선장이 되었다.

■모교 부경대 실습선 ‘백경호’ 선장

항해 중인 부경대 실습선 ‘백경호’.
‘백경호 1세’는 1964년 당시로선 거액인 국가 예산 1억 원을 들여 순수 국내기술로 처음 설계·건조한 실습선이었다. 그 진수식에는 영부인과 문교부 장관까지 참석해 수산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부응코자 1966년 이인호 초대 선장은 감연히 ‘백경호’를 이끌고 북태평양과 사모아 어장 개척에 나섰다. 89일간 풍랑과 추위, 고장과 싸운 끝에 시험 조사를 성공리에 마친 ‘백경호’가 돌아오자 이번엔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그 배의 10배 크기인 4000t급 최첨단 실습선으로 재탄생한 ‘백경호 2세’ 선장이 되면서 이유원은 비로소 형님과 은사, 아들과 학생을 잇는 운명적 연결고리가 되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백경호’에서 실습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를 비롯해 수해양산업교육과, 기계시스템공학과 등 소속이 다양하다. 그들은 평소 개별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다 학기 중의 ‘정박실습’ 275일에 방학 중의 ‘선교당직직무’ 90일을 더해 총 365일의 해기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선장이 세세한 눈길로 이끄는 승선 실습에서는 선위 측정과 항해장비 운용, 어로 실습과 어획물 조사 등이 필수교육이다. 단순해 보이는 로프 취급법과 보망(補網) 편망(編網) 등 어구 정비법도 훗날의 선상 근무와 직무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선장의 요청으로 간식거리를 들고 실습선을 찾아오는 어업관리단, 해양경찰 등 각계 선배들의 ‘진로탐색 특강’도 인기다.

■MZ세대에게 수산업의 미래를 교육

수산업에는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 “밖으로는 외국수산물 공세에 맞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수산업을 지키면서 안으로는 위생과 안전으로 국산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의 어조는 절박했다. 수산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수산자원 보존과 양식어업 육성, 유통구조 개선, 재해 방지 등 수산업계의 많은 과제를 제기한다. 특히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인권과 복지, 안전에 대한 요구가 강한 MZ세대에게 승선을 권하는 일은 1960년대의 원양 개척 못지않게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선장의 산실’을 지키는 이유원 선장은 낙관적이었다. “학생들은 처음으로 바다와 배를 접하는 승선 실습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블루오션을 잘 찾아갑니다. 오늘날의 수산업은 어업기술과 수산자원에 시장경쟁과 국제협력까지 융합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만큼 할 일도 많습니다.”

새해 첫머리인 지난 4일에도 ‘백경호’는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1, 2년생 98명을 태우고 연근해 실습에 나섰다. 울릉도와 독도, 영일만을 거쳐 거제도와 제주도 인근에서 진행되는 24일간의 일정이었다. 실습선의 류경진 지도교수는 학생들 태도가 놀랍도록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평소 집단생활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실습에서 만나는 친구와 바다 배 수산자원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는 대단합니다. 제가 지적할 틈도 없이 자발적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규율을 지키는 모습도 대견합니다.”

그날 오후 부두에서 지켜본 학생들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그들의 휴대폰에선 BTS 멤버가 부른 노래 ‘슈퍼참치’가 끊임없이 되풀이해 흘러나왔다. “동해바다 서해바다, 내 물고기는 어딨을까? 참치면 어떠하리, 광어면 어떠하리.”


▶도움말씀 주신 분 =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 김영목 부경대 학생처장, 류경진 부경대실습선 ‘백경호’ 지도교수, 김형석 부경대 교수

※ 공동 기획=국제신문·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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