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근 43%↑ 레미콘 20%↑
- 1년 새 평균 50~60% 인상
- 공사비 반영 놓고 업계 갈등
- 중소 건설사 셧다운 초읽기
- "정부 대책 마련 절실" 호소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전 세계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해지며 건설 현장의 주요 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 자재 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등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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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발 전쟁 등으로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주요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해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24일 부산지역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상승으로 주택 시장이 활황을 누렸지만 지역 건설업계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거나 중소 규모의 건설사가 대다수여서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공사 현장의 주요 자재 가격은 ‘폭등’ 수준이다. 철근 가격은 지난해 4월 t당 89만 원에서 이달 128만 원으로 1년 새 43%나 치솟았다. 시멘트 값도 오르고 있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시멘트의 주요 생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4월보다 3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7만8000원에서 지난 2월 9만3000원으로 19% 올랐으나 유연탄 급등으로 이번 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업계는 주요 건설사에 이번 달부터 가격을 최대 20% 올리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 외 단열재와 석고보드 등 내장재는 전년 대비 10%, 유리 마루판 실리콘 등은 30% 이상 오르는 등 건설 자잿값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전문건설업체 A사 대표는 “건설업을 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요즘이 가장 힘들다. 1년 만에 자잿값이 50%나 올라 보상받을 곳이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 B사 임원도 “중소 건설사는 발주처와 하도급업체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하도급업체는 공사를 안 하겠다고 하고, 발주처는 나 몰라라 한다. 적자를 각오하고 공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밸브 파이프 보온재 부속류 등에 들어가는 자재 단가가 1년 만에 평균 50~60% 상승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상황에 제주·호남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20일 건설사들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지역 내 건설 공사를 중단했으며, 부울경 철근콘크리트연합회도 건설사와 협상이 미진할 경우 단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공사 현장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 건설 공사는 보통 1~2년 전 계약을 맺기 때문에 최대 2년간의 물가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기 힘들다. 발주처와 에스컬레이션(E/S·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금액 증액) 계약을 맺은 곳은 자잿값이 오르면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는 공공에서 발주한 공사일 경우에 주로 가능하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건설은 시행사나 조합 등 발주처가 시공사와의 계약금에 맞춰 분양가를 산정하기에 추가로 원자재 인상분을 요구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는 조합이 불어난 공사비를 주지 않자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결국 분양가가 상승해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 상승과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이르면 6월 1일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르면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64% 올렸지만, 이후에도 자잿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지난 3월 고시 후 3개월이 지나는 시점인 6월 1일 이후 자잿값 변동률을 보고 건축비를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