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출액 639조 13년 만에 첫 감액
- 집권 내내 ‘예산 줄이기’ 계속 예고
- 최악 상황인 지방경제 대책은 부족
- 文정부 사업·방역예산 축소도 뒷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편성된 ‘2023년 예산안’은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의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나라살림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판단에 따라 집권 내내 ‘허리띠 졸라매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면 대내외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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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경호 “文정부로부터 ‘찬물’ 물려받아”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 639조 원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전체 예산(679조5000억 원)보다 6.0%(40조5000억 원) 줄어든 것이다.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첫 감액이다. 추경을 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과 비교해도 5.2%(31조4000억 원)밖에 늘지 않았다. 이는 2017년(3.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연평균 증가율은 8.7%였다.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이 공식화된 셈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이후 총지출 증가율도 ▷2024년 4.8% ▷2025년 4.4% ▷2026년 4.2%로 매년 낮추기로 했다. 집권 내내 ‘예산 줄이기’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내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6년까지 50%대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역대 최대인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내년 중앙정부의 가용 재원 31조4000억 원(올해 본예산 대비 5.2% 증액분) 중 법으로 규정된 지방이전 재원 22조 원을 제외할 경우 ‘쓸 수 있는 예산’은 9조 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데, 정부는 각종 사업에서 예산을 깎아 지출 구조조정을 24조 원 규모로 단행했고 총 33조 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지금까지 통상적인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연 10조 원 안팎이었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부채 등 ‘찬물’을 물려받았다”고까지 표현했다.
■지역화폐 예산 미반영 논란 일 듯
문제는 예산 감축 대상이 주로 이전 정부 때 추진된 핵심 사업이거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 밀접한 분야라는 점이다.
우선 비수도권 소비·상권 활성화 등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역화폐는 전국 230여 지자체가 추진 중인 사업이다. 해당 예산은 2019년 533억 원에서 2020년 6298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1조2522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 7053억 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도 ‘2022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 지역화폐 예산 삭감이 논란을 불러 왔는데, 내년에는 아예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지역화폐 사업은 지자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기재부 김완섭 예산실장은 “지역화폐를 통한 정책 효과가 (전국이 아닌) 지역 사회에 한정된다고 판단해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도시 인프라 강화 등과 연관된 사회간접자본(SOC) SOC 사업 예산도 25조1000억 원으로 올해(28조 원)보다 2조9000억 원(10.4%) 감액됐다. SOC 예산이 줄어든 것은 5년 만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도로(올해 8조5478억 원→내년 7조7828억 원, -8.9%) ▷철도·도시철도(8조5756억 원→7조7828억 원, -9.5%) ▷해운·항만(2조320억 원→1조8940억 원, -6.8%) ▷지역 및 도시(3조439억 원→2조2760억 원, -25.2%) ▷물류·항만·산단(4조1635억 원→3조8656억 원, -7.2%) 등 대부분 항목에서 예산이 줄었다.
이 밖에 한국판 뉴딜 사업과 국방 관련 ‘경항공모함’ 설계(0원)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은 예산이 아예 반영되지 않거나 정상 추진이 어려울 정도로 삭감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올해 6조9000억 원에서 내년 4조5000억 원으로 감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