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 및 의회를 상대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미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어서 미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설득에 나선 한국 정부 노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방한 중인 미국 하원 의원단과 만나 IRA 시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미국 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IRA 중 전기차 세제 혜택 조항이 미국산과 수입산 전기차를 차별하고 있어 한국 정부와 업계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관련 조항은 WTO(세계무역기구)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국제통상 규범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조속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부터 7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난다. 그는 IRA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미국 측에 표명하고 국내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EU와 일본도 IRA 제정으로 자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IRA가 유럽 전기차 생산업체를 차별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EU와 일본이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지 말라’고 설득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이 힘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