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으로 수산 자원이 고갈됐다는 증거로 흔히 드는 어종 중 하나가 명태다. 길이 20㎝ 이하인 명태 새끼 노가리를 너무 많이 잡아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30년 가까이 대한민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는 전무하다.1970
, 80년대에 해녀나 어업인 중 누군가가 노가리를 많이 잡아 명태가 잘 안 잡힌다고 말했고 그게 퍼져 일부 국내 수산학자까지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대중에게 퍼진 듯하다.
북한에서 ‘물 반 명태 반’이라 그물로 잡지 않고 아예 양수기로 퍼 올려 잡았다고 전해지는 수백 만t 명태는 노가리가 아니라 산란기인 겨울에 주 산란장인 원산만에 몰려온 어미와 다 자란 수컷이다<그림 1>. 명태가 사라진 원인 중 하나가 산란기 북한 남획 때문이라고 하면 그나마 수긍은 해주겠는데, 북한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 동해안 어민의 노가리 ‘남획’ 때문이라고 국가 수산연구기관에서 주장하고 있다.
주 산란장이 아닌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연중 잡힌 명태는 대부분이 어린 개체일 수밖에 없다. 명태를 살린다고 현상금까지 걸어 어미 1마리를 겨우 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사망률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체장이 커질수록,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일부러 노가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어린 개체만 선택적으로 잡을 수 있는 어구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해에서 명태 어획고가 크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것이 일본이나 러시아 수산학자가 펴낸 논문에서 이미 잘 설명돼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오고 있다. 명태는 1980년대 말 이후 서식지가 북상하기 시작해 우리나라 동해안뿐 아니라 북한 러시아 연안은 물론 일본 홋카이도 오호츠크해 남부해역에서도 1980년 후반부터 똑같이 어획고가 감소했다<그림 2>. 홋카이도에서 잡히는 명태는 노가리가 아니라 대부분 25㎝ 이상의 성어다. 이렇게 동해와 오호츠크해서 동시에 일어난 명태 어획고 격감 현상은 북태평양 규모 기후변화 외에는 설명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