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도입한 ‘보듬채용’ 큰 호응
- 자료 7만여 건 홈페이지 통해 공개
채용시험에 응시한 이들 중 상당수가 ‘당신의 능력은 출중하나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다소 언밸런스 한 탈락통지를 받아봤을 것이다. 몇 번을 봐도 이유조차 없는 탈락통지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이도 많았을 것이다. 한국남부발전은 채용의 문제를 여기서부터 풀어냈다. 4년 전부터 각 전형 탈락자에게 이유를 알려주는 ‘보듬채용’을 실시한 것이다. 이후 다수의 공기업이 벤치마킹해 활용했고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회에도 법안이 계류돼 조만간 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부발전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탈락사유를 받아들고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취업준비생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학습자료를 자사 홈페이지에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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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득호 한국남부발전 인재경영실장이 회사가 추진한 채용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14일 한국남부발전에서 보듬채용을 주도한 어득호(47) 인재경영실장을 만났다. 그는 2018년 인재경영실 차장으로 근무하며 보듬채용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남부발전 채용을 총괄하고 있다. 어 실장은 “2018년은 좋은 사원을 뽑아야 한다는 회사의 요구에 더해 공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던 때였다”며 “어차피 떨어질 사람을 합격시킬 수는 없지만 다음 기회에서는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을 채용의 기본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보듬채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탈락자들은 학원이나 학교로 돌아가 합격자들의 스펙을 통해 자신의 탈락사유를 짐작했고, 부족한 공부를 위해 다시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남부발전은 필기 영어성적 면접 등 어느 부문의 점수가 부족해 탈락했는지 객관적으로 제시해 주면서 다음 기회에 합격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어 실장은 “단순한 탈락통지는 수험생의 다음 시험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채용시장에 재수 삼수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공공기관부터 인재를 뽑는 데만 치중할 게 아니라 인재를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부발전은 이와 더불어 발전소 주변지역 인재를 품는 ‘지역보듬’, 장애인 및 고졸자 , 양성평등 채용 확대와 고졸 장애인에 취업기회를 부여하는 ‘사회형평보듬’에도 앞장섰다. 그 결과 2019년 인사혁신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2021년 한국정책학회 우수정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전 공공기관이 본받아야 할 제도라며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 실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 등 11명의 의원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탈락사유고지법)을 발의했는데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우리 채용제도가 구직자를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자료를 남부발전 홈페이지에 모으기 시작한 것. 이렇게 모인 자료가 7만2620건에 이른다.
어 실장은 “최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금융공기업 5곳과 공정채용 확산을 위한 공공기관 채용업무 협의체 발대식을 가졌다”며 “남부발전뿐만 아니라 발전공기업, 금융공기업 등 모든 분야 구직자에게 도움이 될 채용제도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