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둔화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일(통화긴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 혹은 금리인하 전환을 희망하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미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을 5.2%에서 5.4%로 높여 잡은 만큼 올해 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FOMC 참석자들의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보면, 일러야 2023년 하반기 혹은 2024년이 돼야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한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4% 수준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며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큰 의무”라고 밝혔다. 이는 수입 물가를 부추기는 환율 상승도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9월 국내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거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로 외국인 자금이 기조적으로 빠져나간다든지, 원화 절하(가치 하락)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 등이 벌어지면 한은도 두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