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이 현대화사업의 핵심인 자동선별기 도입 공모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 식품 가공설비 제작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발주액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공동어시장 납품에 성공하면 국내 수산물 자동선별기 시장 선점은 물론 동남아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마츠우라 어시장에서 선별기를 이용한 고등어 분류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국제신문DB

　●공동어시장 자동선별기 공모 초읽기

　부산공동어시장은 어획물의 크기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자동선별기 공모를 앞두고 시간당 처리량과 설치 제한 면적 등을 정하는 등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공동어시장이 성어기에 하루 120~200ｔ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해 시간당 최소 30~40ｔ에 달하는 처리량을 요구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연내 공모 후에 설명회를 여는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후 발주, 하반기에는 시범운용한다.

　자동선별기 도입은 내년 상반기 착공을 준비하는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의 중추로 관련 예산만 277억 원에 달한다. 업체는 설비를 설치한 후 최소 10년은 유지·보수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비용을 공동어시장으로부터 지급받기 때문에 매출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선별기는 매년 기기를 완전히 해체하고 부품 교체 후 재조립하는 오버홀 작업을 진행해야 해 유지보수 비용만 해도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예견된다. 국내 연근해 수산물의 30%를 위판하는 아시아 최대 공동어시장에 기기를 납품하고 유지·보수 작업도 성공적으로 이어가면 국내 위판장은 물론 혼획·바닥위판 등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발판도 다질 수 있다.

　●국내 위판장·동남아시장 진출 교두보

　공동어시장은 올해 북유럽 수산업 선진국인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그리고 일본과 국내 위판장을 방문해 자동선별기 운용현황을 살폈다. 벨트식 선별기를 쓰는 아이슬란드는 한 대당 10개 크기로 어획물을 나눌 수 있지만 국내 부품 제작이 어렵다. 비용도 가장 고가인 데다 기계가 멈췄을 때 부품이 없다면 제작과 운반 기간 동안 공동어시장 위판 기능이 멈춘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노르웨이·일본은 롤러 간격을 조절하는 형태로 어획물을 나누는 롤러식 선별기를 사용한다. 벨트식보다 설치비가 30%가량 저렴하고 일부 부품을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별 가능한 크기가 서너 개로 한정됐다. 국내에서 제작할 수 없는 부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국내 업체에서 제작한 제품을 사용한다면 자동선별 공정이 멈추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노르웨이·일본과 비교해 제작이나 운용 경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서구에 위치한 수산물 자동화 가공·설비업체인 ㈜참코청하도 공동어시장 자동선별기 공모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참코청하 정석봉 사장은 “12년 전부터 일본 위판장 위주로 설비를 납품해 운용해오고 있다. 기술개발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일본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발전된 국내 사물인터넷(IoT) 환경에 맞는 자동선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라고 말했다.

　공동어시장 박극제 사장은 “가장 성능이 좋고 공동어시장 환경에 맞는 선별기를 도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