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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10> 우리 어업이 발전하려면

행정관료 주도 혁신정책 한계…규제개혁 민간에 맡겨야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11-15 19:22:2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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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획 타령만 하는 어업규제
- 도덕적 관념론서 벗어나야
- 어민이 잘 사는 환경 만들어

- 수산분야 예산 농업 10분의 1
- 연구개발 투자 대폭 늘려야

- 정부 간섭에 어민 이익 뒷전
- 수협중앙회 민간 독립기구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鋪裝)돼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은 모두 좋은 의도로 시작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처음 목적과는 달리 사람을 더 불행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홍남표 창원시장이 지난달 4일 집단 폐사한 정어리로 뒤덮인 경남 창원 마산만 일대를 보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정어리 약 110t을 수거했다. 창원시 제공
■도덕주의 수산정책에서 벗어나야

우리나라 수산정책이나 어업규제도 그 실체가 모호한 도덕주의 구호에서 나오고 있다. 수산정책 목표가 어민이 고기를 많이 잡아 잘 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면서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계량화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놓아, 젊은이가 어촌을 떠나고 어가 수와 평균 소득은 줄어 어업이 쇠락하고 있음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남획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정부가 남획을 방지한다고 만들었던 온갖 어업 규제가 100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그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동경 128도 이동 대형 트롤 조업 금지나 140t 어선 규모 상한이 대표적이다.

올해도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자원 정책혁신 발굴단을 발족해 전국에서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관례로 볼 때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남획 신화와 수산자원 보호니 ‘어린 고기를 잡지 말자’ 같은 도덕적 관념론에서 벗어나야 어업 경영을 개선하고, 어민이 잘살 수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수산정책을 펼칠 수 있다.

■ 수산 연구개발 예산 대폭 늘려야

지난달 19일 오후 2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40~50m 떨어진 바닷속에 거대한 정어리떼가 등장했다. 해운대구 제공
지난 70여 년간 우리나라 수산정책이 비과학적인 남획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산 분야 연구개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잘 보이지도 않고 또 접근하기도 힘들어 조사 비용이 10배 이상 들어간다는 점을 대부분 사람은 모르고 있다. 가령, 서울시 종로구 기온은 언제든지 차를 타고 가서 몇천 원짜리 온도계로 잴 수 있지만, 동해 깊은 바닷속 수온을 재려면 수천만 원 기름값을 들여 조사선을 타고 가서 밧줄에 수천만 원짜리 수중 온도계를 달고 수십, 수백 m를 내려야 겨우 측정할 수 있다. 이도 날씨가 나쁘면 배가 출항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산 분야 예산은 농업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산 분야 연구개발은 예산이 많이 들어 세계 몇몇 강대국만 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해양수산 분야에 꾸준히 투자했던 유럽 열강과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만 보더라도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려면 수산분야 투자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고등어 산란지가 어딘지, 또 회유 경로도 제대로 모르면서 고등어 총허용어획량(TAC)을 확정하고 금어기를 정했다. 수산 분야 기초연구와 교육에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이런 부실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졸속 수산정책과 규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오고, 우리 어업의 쇠락을 더 재촉할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수산 관리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기후변화로 어업환경이 요동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행정 관료가 그 변화를 좇아 관성적인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적인 수산정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지난 30년간 해온 수산자원조성사업이니 명태 살리기니 하는 국민혈세 낭비사업에 대해 해양수산부에서 누구 하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또 책임도 질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동서고금 관료 조직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수산업 분야 규제개혁 주체도 민간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 더 이상 관(官)에 맡기기에는 지금 우리나라 어업 현실이 비참하고 암담하다. 우리나라에도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이라는 민간 수산업 조직이 있지만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해 해양수산부 눈치를 보느라 어민 이익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어업은 ‘공유지의 비극’에서 비롯된 업종, 지역, 노사 간 갈등이 심해 어업인끼리 단결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수협중앙회의 역할과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를 섬길 수 있는 수협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독립기관이 수산 분야에도 필요하다. 가칭 ‘국가수산업진흥위원회’ 같은 독립기관이 수협 업무를 지휘·감독하게 해,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가 자율적으로 수산정책과 어업규제를 만들고 실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수협이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된 조직으로 탈바꿈해 근해 어업은 배 규모 상한을 없애 수천t의 대형 어선으로 우리 영해권을 지키면서 기업가 정신에 입각한 어업경영으로 양질의 수산물 생산을 할 수 있게 하고, 연안 어업도 관련 어업 규제를 개혁할 수 있게끔 업종별 지역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면 머지않아 어업 분야를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어업규제 개혁을 민간 독립기구로 탈바꿈한 수협이 주도할 수 있다면 10년 안에 한국도 어민이 존경받고 잘살 수 있는 수산강국이 될 것이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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