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 달 동안 경남 마산항을 비롯한 남해 동부 해안에 나타난 정어리 떼가 전국 뉴스거리가 됐다. 수산물을 먹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잡는지 어업을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까지 정어리 떼죽음 소식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죽은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불안감을 없애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정어리 폐사체를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죽은 원인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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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일(위 사진)과 13일 마산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정어리떼. KBS창원·MBC경남 제공 |
몸에 상처가 거의 없이 깨끗한 정어리는 멸치 권현망(중층쌍끌이)이라는 근해 대형 어선 그물에 잡혔다가 버려진 것이다. 권현망 자루그물은 촘촘하고 면처럼 부드러워 멸치나 정어리 같은 청어과 어류가 잡혀도 부스러지지 않고 원래 형태를 잘 보존한다. 권현망 자루그물에 잡혀 갇힌 정어리는 제대로 헤엄쳐서 돌아다니지 못하고, 또 외부와 거의 격리된 그물 안 바닷물 용존산소가 줄어들면서 서서히 질식사한다. 물속 산소가 부족하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죽어 있다.
반면 몸에 또렷한 상처가 있으며, 가끔 입을 벌리고 있거나 심지어는 반 토막이 난 정어리 개체는 그물코가 몇 ㎝ 정도인 연안 소형 어선 그물에 잡혔다가 버려진 것이다. 이들은 그물에 꽂혀 몸에 상처가 생기거나 반 토막으로 잘릴 수 있고, 배 갑판 위로 올려 털어내면서 몸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 갑판 위에는 물이 없으므로 정어리가 공기로 호흡하려고 입을 벌린 채 죽은 경우도 있다.
마산항 해양누리공원에서 지난달 2일 발견된 정어리 폐사체는 화면 사진을 보면 몸이 깨끗해서 멸치 권현망에 잡혔다가 버려진 것이다 <사진 1>. 반면 같은 장소에서 지난달 13일 발견된 개체는 몸에 상처가 있고 토막 난 것도 많이 보여 연안 어선에 잡혔다가 버려졌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그러면 왜 어민은 애써 잡은 정어리를 버렸을까? 섞어 잡기, 즉 혼획(混獲) 금지와 금지체장 규정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을 보호한다고 권현망 어업은 멸치 외에 어종이 잡히면 모두 바다에 버리고 오도록 했다. 연안 어업은 잡히는 어종에 관한 규제는 없지만, 정어리를 올해 해양수산부가 정한 금지체장 20㎝ 이하인 청어로 오인해서 버렸다. 정어리로 밝혀진 뒤에도 급랭시설 용량 초과로 더 이상 잡힌 정어리를 받아주지 않아 연안 어선은 계속 잡힌 정어리를 버리기도 했다. 2년 전에는 금어기에 잡힌 갈치를 전남 여수 연안 어선이 하루에 수십t씩 버렸고, 지난 8월에는 국제협정에 따라 할당량을 초과해서 경북 영덕 정치망에 잡힌 참치가 버려지기도 했다. 이들 모두 불합리하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여긴 어민이 어업 규제를 지키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수산자원 보호 효과가 없는 혼획 금지와 금지체장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언론을 통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