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선언 이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초거대 AI’를 새로운 그룹 먹거리를 앞세우며 ‘디지털 기업 KT’를 앞세워 더 큰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AI 전략 기자 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AI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지코 KT’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다.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매출 성장이나 이익 성장이 과거 KT의 어떤 역사보다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주가 역시 취임 전보다 80% 이상 성장했다. 운동장을 넓히는 ‘디지코 전략’이 옳았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지난 8일 연임 신청을 했으며 현재 연임 여부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꾸려진 상황이다.

구 대표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는 KT가 인공지능(AI) 3대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간담회였다. KT는 AI를 대한민국 산업의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한 AI 3대 발전 전략으로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AI 미래인재 양성을 꼽았다.

구 대표는 초거대 AI 브랜드 ‘믿음(MI: DEUM)’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어느 기업이든 원하면 KT의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KT 믿음이 국내에서 실제 산업에 가장 빠르게 활용되는 초거대 AI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는 이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의료, 물류, 교육 등의 분야로 확산할 계획이다.

KT는 또 NPU 설계 업체인 리벨리온에 투자해 AI 반도체인 NPU(Neural Process Unit) 생산에도 속도를 낸다. GPU에서 연산하던 AI 반도체를 별도의 국산 NPU로 또 다른 승부를 건 것이다. 이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TSMC에서 각각 위탁 생산한다.

구 대표 연임은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 14일 구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KT 이사회가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올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350만 달러의 과징금과 등을 부과받고도 구 대표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고 여야 의원들을 후원한 혐의로 1500만 원 벌금(약식명령) 결정을 받았고 구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또 KT와 구 대표는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연임 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은 성과를 따진다. 연임 심사에서 이런 점이 얼마나 작용할지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KT의 영업이익은 구 대표 취임 직전 연도인 2019년 1조1596억 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 원으로 44.2% 증가하는 등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디지코(DIGICO) KT’를 내세우며 KT의 디지털 전환 작업도 구 대표 취임 후 급진전됐다. 다만 KT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12.68% 지분을 갖고 있어 CEO 임명 과정에서 정부 ‘입김’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KT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KT는 이와 관련해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구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