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원전 폐기 매몰… 안전은 뒷전
- 부산 학계·종교계 규탄 기자회견
- “2호기 연장 공청회도 졸속 개최
- 市, 시민주권 관점서 문제 봐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고리원전 3·4호기 수명 연장 추진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 정책을 정권이 바뀌자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고리 2~4호기의 수명 연장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급증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탈원전 폐기’ 기조에만 매몰돼 부산 울산 경남 시·도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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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지역 원로 기자회견 준비위원회 주최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졸속 공청회 반대, 핵폐기장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동시 해체’가 ‘동시 연장’으로
한수원이 ‘고리 3·4호기 계속 운전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PSR)’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한 시점(지난 9월 26일)은 고리 2호기의 PSR을 낸 시점(지난 4월)과 불과 5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2025년 8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4호기는 PSR 제출 기한(설계수명 만료 2년 전인 2023년 8월)이 아직 1년 정도 남았는데도 한수원은 3호기와 함께 PSR을 제출했다.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리 2~4호기의 동시 계속 운전’ 추진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수원의 원전 정책 방향이 정권 교체 이전에는 지금과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고리 3·4호기 동시 해체 계획’을 공식화한 게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정부 때 한수원을 이끈 정재훈 전 사장 역시 탈원전 가속화 의지를 수차례 밝혔고, 고리 1호기 해체와 원전해체연구소 건립 사업도 추진 과정에서 일부 차질은 있었으나 비교적 계획에 맞춰 진행돼 왔다. 하지만 고리 2~4호기 해체 등은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탈원전 폐기와 그에 따른 한수원의 PSR 제출로 완전히 백지화됐다.
■거세지는 지역 반발
더욱이 고리 3·4호기 수명 연장 추진은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을 둘러싼 ‘졸속 공청회’ 논란 ▷고리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설치 계획 등과 맞물려 시민사회의 반발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시민사회·학계·종교계 원로 30여 명은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리 2호기 수명 연장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치 시도를 규탄했다. 또 한수원의 ‘고리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공청회가 형식적·편의적으로 계획되는 한편 원전 수명 연장 시도에 반대해야 할 부산시조차 한수원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심사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원로들은 공청회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산 10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 8개 지역에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민 의견서를 접수했는데도, 기장군과 나머지 9개 지역 통합 공청회만 계획됐다. 또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상 ‘공청회에는 지역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가 주민을 대신해 견해를 진술할 수 있다’는 설명도 안내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구자상 대표는 “박형준 시장은 시민 주권의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해야 하는데, 중앙정부(한수원)의 관리인처럼 저들의 논리와 이익만 대변한다”며 “사용 기한이 지난 원전이 계획대로 멈춰 설 수 있도록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는 2020년 7월 공표한 ‘원자력 안전 조례’에서 설계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 가동 금지와 조기 폐쇄를 정부와 한수원에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조례의 내용과 달리 현재 한수원은 고리 2~4호기의 동시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