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엑스포…도시·삶의 질UP] <5> 엑스포에 새긴 ‘역사의 지문’

역사적 사건 기렸던 초기 박람회…에펠탑은 佛 혁명 기념비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3-01-03 19:13:04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876년 미국 필라델피아박람회
- 독립 상징물 자유의 여신상 등장
- 에펠탑은 프랑스의 진보 드러내

- 1915년엔 파나마운하 개통 경축
- 공식 포스터에 개척정신 담는 등
- 당대 성취 찬양하며 파급력 넓혀

- 2차대전 이후 주제 의식 본격화
- 인류과제 논의 플랫폼으로 확장

엑스포엔 세계를 움직인 역사가 쌓여 있다. 171년 세계박람회 연륜은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 산업생산, 건축, 문화예술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의 지문’이다. 각 시대의 취향과 지향점은 안내책자·포스터·엽서·우표·사진·메달·도자기·기념품 등 방대한 아카이브로 남아 있다.

그 자체도 유서 깊지만 69회 공식 박람회 중 상당수는 역사적 상징성이 큰 사건을 기념했다. 엑스포에 주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67년 파리박람회, 본격화한 것은 1933년 시카고박람회였다. 초기 박람회는 주제보다 역사 이벤트를 기리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박람회를 통해 경축의 의미를 한껏 살린 대표적 기념일은 프랑스혁명 100주년과 미국독립 100주년이다. 1889년 파리박람회는 추진 단계부터 시민혁명의 본보기로 전 세계에 인식된 프랑스혁명을 기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프랑스는 1855년 첫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이래 1867년, 1878년, 1889년, 1900년 정확히 11년 간격으로 박람회를 개최했다. 11년 주기는 처음엔 우연이지만 세 번째 박람회부터는 의도됐다. 1889년은 프랑스혁명 100주년, 1900년은 19세기 총정리에 방점을 뒀다.
1889년 파리박람회 당시 출입구 겸 상징탑으로 세워진 에펠탑. 국제박람회기구 홈페이지
■프랑스 진보·성취 상징 ‘에펠탑’

박람회 조직위는 혁명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진보와 성취를 상징하는 역사적 기념물 공모에 나섰다. 그 결과 파격적인 박람회장 출입구 아치 겸 상징조형물 에펠탑이 선정됐다.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기념비였던 셈이다.

1889년 3월 31일 에펠탑이 완공되자 설계자 구스타브 에펠과 조직위 고위인사들은 302.6m 탑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예포 21발이 울리는 가운데 프랑스혁명에서 유래한 3색 국기를 게양한 뒤 “이제 프랑스는 세계 최고 높이 국기게양대를 가진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엑스포의 슈퍼스타’ 토마스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전구로 에펠탑을 장식했다. 프랑스국기의 파랑·하양·빨강 3색 전구를 달아 파리 밤하늘을 밝혔다. ‘빛의 혁명’이라 칭송받은 세계 최대 전구 주위에 프랑스국기, 1889 숫자, 자신의 이름 등을 총천연색 조명으로 구현해 눈부신 경관을 선사했다.

1876년 필라델피아 박람회장에 등장한 자유의 여신상 오른팔.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는 미 연방의회가 독립 100주년 기념위원회 구성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추진됐다. 각 주에서 1명씩 참여한 기념위가 박람회 조직위가 됐다. 필라델피아는 독립선언의 현장이자 1790~1800년 수도여서 미국의 첫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이견이 없었다.

1876년 5월10일 개막식에선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한 미국독립 100주년 기념 행진곡이 연주되고, 독립선언문이 낭독됐다. 율리시스 그랜트 미 대통령이 세계 최대 600t급 증기기관 시동 스위치를 누르자 환호성이 울렸다. 당시 건립한 독립기념관은 페어마운트 공원 내 필라델피아미술관으로 남아 있다.

가장 눈길을 끈 전시물은 횃불을 든 거대한 팔 조형물이었다. 프랑스가 미국독립 100주년 축하 선물로 보낸 자유의 여신상 부분이었다. 제작이 예정보다 늦어져 오른팔 부분만 공개됐다. 머리 등 나머지 조각은 1878년 파리박람회에 전시한 뒤 214개 조각으로 운반돼 1886년 뉴욕 맨해튼 섬에 세워졌다.

■교통로 개설 효과 극대화

엑스포는 지난 역사뿐만 아니라 당대의 성취를 찬양함으로써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효력을 발휘했다. 획기적인 교통로 개설이 그런 경우다. 1906년 밀라노박람회는 스위스 마터호른과 이탈리아 북부를 잇는 19.8㎞ 셈피오네 터널 개통을 기념했다. 주제도 ‘육상·해상 운송’으로 설정됐다. 셈피오네 터널은 밀라노의 입지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꾼 게임체인저였다. 이탈리아를 유럽 주류경제권에 편입시키고 밀라노를 이탈리아의 ‘경제수도’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알프스를 관통한 셈피오네 터널은 1982년까지 세계 최장 철도 터널이었다. 밀라노박람회는 터널 개통 효과를 가시화하며 시너지효과를 낳았다.

박람회가 기폭제가 되면서 밀라노는 섬유·화학·제약·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지로 본격 성장했다. 박람회장은 셈피오네 공원과 다르미 광장에 조성돼 두 곳을 잇는 1.3㎞ 전기철도가 놓였다. 셈피오네 공원엔 유럽 세 번째 수족관인 아르누보 양식의 석조건축물이 유물로 남아 있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박람회 포스터로 바다 넘어 박람회장이 이상향처럼 빛나고 있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박람회는 국제 해양수송로의 패러다임을 바꾼 파나마운하 개통을 경축했다. 박람회 주제와 명칭부터 ‘파나마-퍼시픽 국제박람회’였다. 파나마운하가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유럽 관점에서 볼 때 북미 서해안은 지구상 마지막 오지였다. 운하 수로 확보를 통해 미국은 비로소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됐다.

그 의미는 박람회 공식 포스터에 인상적으로 표현됐다. 헤라클레스처럼 건장한 남자가 한쪽 절벽에 어깨를 대고 팔과 다리로 다른 쪽 절벽을 밀어 바다 물길을 내는 모습이다. 바다 너머 박람회장이 이상향처럼 빛나고 있다. 이 포스터는 미국의 힘과 의지,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사상 최대 난공사였던 파나마운하는 착공 10년여 만인 1914년 8월 완공됐다. 1906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일어나 3000여 명이 사망하고 많은 건물이 붕괴했으나 강인한 추진력으로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박람회장엔 파나마운하 갑문 작동 모습을 재현한 대형 모델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인류 공통과제 논의 플랫폼

역사성을 내세우는 방식은 미국 박람회에서 두드러졌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는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콜롬비아 박람회’로 통칭했고,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는 루이지애나 매입 100주년을 개최 계기로 삼았다.

개최도시 창설을 기념하기도 했다. 1933년 시카고박람회는 시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한 세기 과학기술 진보’를 주제로 설정했다. 역사성과 과학적 성과를 결합한 것이다. 1893년에 이어 40년 만에 다시 개최한 박람회란 점에 착안해 개막식에서 40광년 떨어진 목동자리 별 아르크투르스 별빛을 천체망원경으로 포착하는 이벤트를 시연했다.

엑스포는 밖으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안으로 국민 통합을 꾀하는 양면적 동력으로 움직였다. 과거의 성취를 백과사전식으로 집대성하는 방식은 점차 미래세계를 내다보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휴머니즘, 인간성 회복을 외쳤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방식은 퇴조했다.

현대 엑스포는 역사성보다 주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개최지가 다변화하면서 기술 경쟁, 과시적 조형물, 지나친 상업주의 대신 인류 공통과제를 논의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성격이 확장됐다. 전시 콘텐츠와 기법도 단순 전시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인식의 확장, 스토리텔링, 상호작용형 공유와 체험 방식으로 진화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사상~해운대 대심도(지하 고속도로), 착공 3년 늦어진다
  2. 2동서고가로 처리 문제도 공회전…내달 끝내려던 용역 중단
  3. 3부산 행정부시장 vs 미래부시장…알짜업무 배속 놓고 ‘조직개편’ 설왕설래
  4. 4국회 떠나는 김두관·박재호·최인호…PK 민주당 재건 주력할 듯
  5. 5‘스쿨존 펜스’ 소방차까지 불러 주민 설득…해운대구는 달랐다
  6. 6박중묵은 재선, 안성민·이대석은 초선 지지 기반 ‘3파전’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2> ‘BS그룹’ 박진수 회장
  8. 8[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39> 불로 식품, 신선의 음식 ‘잣’
  9. 9“글로벌 허브, 원팀으로 가자”
  10. 10동일고무벨트 2776억 수주…美 기업에 러버트랙 공급
  1. 1국회 떠나는 김두관·박재호·최인호…PK 민주당 재건 주력할 듯
  2. 2박중묵은 재선, 안성민·이대석은 초선 지지 기반 ‘3파전’
  3. 3국힘 지도부 “尹 임기단축? 동의 못해”...나경원 "정략적 의도 개헌, 저도 반대"
  4. 4與 표단속 성공…野 “즉각 재추진” 22대도 특검법 정국 예고
  5. 5채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서 부결…최종 폐기
  6. 6한일중 정상회담 직후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한·미·일 일제히 규탄
  7. 7[속보]김정은 “정찰위성 보유는 자주권…한국 무력시위 용서못해”
  8. 8부산 총선후보 1인당 선거비용 1억6578만 원…野최형욱 2억5240만 원 최고액
  9. 9[속보] '채상병특검법'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
  10. 10박수영 "부산으로 오시면 됩니다" 삼성전자에 부산행 러브콜
  1. 1동일고무벨트 2776억 수주…美 기업에 러버트랙 공급
  2. 2“유리파우더 산업화 모색…62조 항균플라스틱 대체 기대”
  3. 3경남 항공산단 ‘스마트그린산단’ 됐다…사천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탄력(종합)
  4. 4기계부품·로봇분야 키우는 부산, 5년간 454억 투입
  5. 5UAE 대통령 회동에 재계 총수 총출동…원전 등 추가 수주 기대감(종합)
  6. 6“이산화탄소 흡수 미세조류 생장 촉진…유리가 바다 살려”
  7. 7이복현 금감원장 금투세 반대 재확인
  8. 8주가지수- 2024년 5월 28일
  9. 9“항만 넘어 해양과학기술 투자 절실”
  10. 10“영도 중심 해양신산업…R&D·창업·수출 원스톱체제 가능”
  1. 1사상~해운대 대심도(지하 고속도로), 착공 3년 늦어진다
  2. 2동서고가로 처리 문제도 공회전…내달 끝내려던 용역 중단
  3. 3부산 행정부시장 vs 미래부시장…알짜업무 배속 놓고 ‘조직개편’ 설왕설래
  4. 4‘스쿨존 펜스’ 소방차까지 불러 주민 설득…해운대구는 달랐다
  5. 5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2> ‘BS그룹’ 박진수 회장
  6. 6“글로벌 허브, 원팀으로 가자”
  7. 7오늘의 날씨- 2024년 5월 29일
  8. 829일 부산·울산·경남 낮 최고 25도 이상…미세먼지 좋음
  9. 9“나 조폭인데…” 2명이 집단 폭행…경찰은 귀가조치(종합)
  10. 10“55보급창 신선대 이전, 주민 동의 받아야” 부산 남구·의회 반발
  1. 1낙동중(축구) 우승·박채운(모전초·수영) 2관왕…부산 23년 만에 최다 메달
  2. 2호날두 역시! 골 머신…통산 4개리그 득점왕 등극
  3. 34연승 보스턴 16년 만에 정상 노크
  4. 4오타니, 마운드 복귀 염두 투구재활 가속
  5. 5“농구장서 부산갈매기 떼창…홈팬 호응에 뿌듯했죠”
  6. 6태극낭자 ‘약속의 땅’서 시즌 첫승 도전
  7. 7상승세 탄 롯데, 어수선한 한화 상대 중위권 도약 3연전
  8. 8한화 성적 부진에 ‘리빌딩’ 다시 원점으로
  9. 9살아있는 전설 최상호, KPGA 선수권 출전
  10. 10축구대표팀 배준호·최준 등 7명 새얼굴
우리은행
불황을 모르는 기업
원예용 톱 ‘히든 챔피언’…가격 아닌 품질로 승부
아하! 어린이 금융상식
물건 만들고 일자리 창출…우리 삶 윤택하게 만들어요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