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 활성화
- 역대급 수입 올리면서도 폐점 수 급증
- 은행간 공동 점포 만들어 대안 마련도
- 인력 축소로 올 희망퇴직 3000명 예상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은행 점포 약 1000곳이 줄어든 것은 결국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지점 대신 스마트폰 ‘내 손 안의 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은행의 인력 수요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희망퇴직도 줄을 잇는다. ‘최근 수년간 역대급 수익을 올린 은행’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적 직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비대면 활성화에 폐점↑
은행 점포 축소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영향이 크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국내 시중·지방·특수은행 17곳의 점포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2020년부터 폐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감소한 점포 수는 2017년(이하 각 연도 9월 기준) 66개, 2018년 49개에서 2020년 177개, 2021년 361개, 2022년 340개로 급증했다. 부산에서도 줄어든 점포 수가 2017년 9개, 2018년 5개, 2020년 12개에서 2021년 45개, 2022년 28개로 껑충 뛰었다.
부산지역 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영업권이 중복되는 지점을 없애는 추세다”며 “은행 지점을 유지하려면 최소 8명 이상 인력이 필요한데, 모바일로 업무를 보는 사례가 크게 늘어 지점을 찾는 고객이 매우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령층 등 비대면 거래에 익숙지 않은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을 고려하면 은행이 폐점만 고집할 수도 없다. 이에 점포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찾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 북구 금곡동 BNK부산은행과 KB국민은행의 공동 점포다. 지난 9월에 문을 연 이 공동 점포는 애초 폐점을 진행하려다가 주민 반발로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MZ세대도 희망퇴직 대열 합류
은행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는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경향이나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 증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앞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 등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자가 늘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중은행에서만 희망퇴직자가 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00명 이상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월 674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에서도 2021년 말(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짐을 쌌다.
지난 2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해 10일 접수를 마감한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대상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는 부지점장 이상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 지난 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은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한 1982년 이전 출생자가 대상이다. 지난달 19∼27일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은 1980년 이전 출생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1년 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2244명이 희망퇴직을 했는데, 이번에는 신청자가 3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은행은 지난 1일 자로 희망퇴직 신청자 68명이 은행을 떠났다. 2021년 101명, 2022년 149명보다 숫자는 줄었지만 정년을 10년 이상 앞둔 40대 과·차장급과 30대 대리급 젊은 직원도 짐을 쌌다. 부산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1~7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임금피크를 앞둔 1967년생에게는 월 평균 임금 32개월 치, 1968년생과 1975~1982년생에게는 40개월 치, 1969~1974년생에게는 42개월 치, 1983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38개월 치를 각각 지급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IT기업) 등과 경쟁이 치열하고 인터넷 은행, 핀테크 업체가 늘어나는 등 금융 환경이 변하면서 전통 은행업의 전망이 예전처럼 밝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조기 퇴직한 후 부동산 투자 등 새로운 일을 하려는 젊은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