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장사 은행권과 비슷한 양상
- 野, 초과이익 추가 징수법 추진
고유가로 역대급 이익을 남긴 정유업계가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고금리 시대 ‘이자 장사’로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권(국제신문 지난 9일 자 14면 보도)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일반 국민이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에 신음할 때, 오히려 이 덕에 돈을 번 정유업계·은행권을 겨냥해 ‘횡재세(windfall tax)’ 도입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난방비 폭탄’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시름에 잠긴 월급쟁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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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주유소 전경. 연합뉴스 |
25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GS칼텍스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지난해 경영 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기본 연봉의 50%를 27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 이익은 4조30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6%가량 증가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30일 월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2021년 성과급은 기본급의 600%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적에 연동해 성과급을 주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이익은 2조777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6% 급증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 원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실적만으로 역대 연간 최대 영업 이익을 뛰어넘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아직 성과급 규모를 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본급의 1000%, 에쓰오일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횡재세 도입 논의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횡재세를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 이익이 엄청 늘어서 직원들에게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며 “보수를 지급한 것은 권장할 바이긴 한데, 정유사들의 과도한 영업 이익은 유럽 등에서 채택하는 횡재세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담금 등을 통해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급변으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는 부분에 대해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이미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이 횡재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연대기여금’이라는 이름의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지난 19일 고유가 고물가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횡재세를 사용하는 내용의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 4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