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디지털거래소는 취급 연기
- 규제대상 포함 예정에 뒷걸음질
- 후발주자로 나서면 경쟁력 우려
증권형 토큰(ST)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증권사들이 올해 안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나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산디지털상품거래소는 애초 계획과 달리 거래 대상에서 ST와 가상자산을 일단 보류(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3면 보도)하기로 해 설립 전부터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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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의 증권사는 다음 달 초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주시하면서 ST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형은 수익에 대한 청구권이 있는 토큰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한 디지털 자산이다. 수익에 대한 청구권이 없으면 비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한다.
한국거래소는 ST 유통을 위해 일종의 규제 시장인 ‘장내 시장’ 구축을 검토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ST 플랫폼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개발했다. 또 호가와 주문·체결 등 거래 기능의 테스트를 마쳤다.
신한투자증권이 핀테크 기업 ‘에이판다’와 손잡고 추진하는 ST 플랫폼은 지난달 정부의 ‘혁신 금융 서비스’에 지정됐다. 이 서비스는 특급 호텔과 같은 대형 상업 부동산, 항만·도로·공항 등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전문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ST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에 협업하기로 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은 ST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는데, 부산디지털상품거래소는 뒷걸음질하는 모양새다. 애초 ‘부산디지털자산(상품)거래소 설립 계획안’을 보면 시는 ST와 비증권형 토큰의 거래소를 이원화해 모두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시가 직접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한 거래소를 기획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제1차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추진위는 핵심 기능이었던 가상화폐(코인)와 ST 취급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대신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상품을 거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거래소 이름도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디지털상품거래소’로 바꿨다. ST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경우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가상자산거래소는 ST를 거래할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ST와 가상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디지털상품거래소가 문을 열더라도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추진위는 “ST를 빼고 디지털상품거래소를 설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취급할 것”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금융업계는 증권사들이 이미 앞서가는데 부산디지털상품거래소가 후발주자로 ST 시장에 참여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시장 점유는 어떤 유형의 시장이든 중요하다. 부산디지털상품거래소도 결국 ST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거래소를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이 있기 전에 적극적으로 시장을 선점·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어야 하는데, 시가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문기구인 추진위에서 나온 안을 토대로 검토할 예정이다.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를 개소해서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증권형 토큰 (Security Token)
주식 채권 선박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