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생돈’ 400억 원을 날리며 울산 주상복합 사업에서 손을 뗐다. 높은 금융 비용과 미분양 적체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건설업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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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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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 사업을 포기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며 연대 보증을 섰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리지론)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사업을 계속 진행해 손실을 키우느니 440억 원을 날리더라도 손을 떼겠다는 ‘손절매’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총 644세대를 지을 계획이었다.
대우건설이 수백억 원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포기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말 브리지론 만기가 도래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환을 검토했지만 지난해 초 사업성을 따질 때보다 금리는 배, 취급 수수료는 11배 올랐다”며 “이 비용을 분양가에 얹어야 하는데, 미분양이 쌓인 울산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사업 시기 조정이나 공사 비용 상향도 고민했지만, 그동안 투입된 금융 비용과 부동산 시장 회복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을 접는 게 낫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측은 사업 포기가 장기적 관점에서 ‘옳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빨리 판단하지 못하고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다 회사가 망하는 사례가 많았다. 부동산 침체를 겪는 지금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서 면밀하고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더 큰 리스크가 오기 전에 냉정한 결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다른 사업장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에 이른다. 2013년 8월 이후 가장 많다. 여기에 치솟는 금융 비용은 압박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초 8%대였던 브리지론 금리는 지금 15% 수준이고, PF 금리도 5%대에서 10%대까지 올랐다. 부산 한 시행사 관계자는 “위험 사업장은 PF 금리가 18%까지 급등했다. 이는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의 브리지론 금리는 20%를 넘는다는 말”이라며 “금융 주관사 등이 받는 취급 수수료도 1.5%에서 10%까지 올라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한 1군 건설사 관계자는 “어려움은 이해되지만 1군 건설사로서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1군 건설사 관계자도 “부산에는 아직 이런 현장이 있다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도 “지역과 현장별로 상황이 달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시행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부산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부산에서도 몇몇 현장이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아직 표면화하지 않았을 뿐 시공사의 사업권 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브리지론 : 시행 사업자가 아파트 등의 건설 사업 인허가를 받기 전에 사업 부지(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빌린 자금이다. 사업의 다리를 놓아주는 대출이라 브리지론이라고 부른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사업을 승인받아 추진이 확실해지면 금리가 더 낮은 PF로 전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