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화 2031→ 2028년 앞당겨져
- 전문가 “설계수명 끝나… 정지를”
정부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 조밀저장대(2호기 기준)와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당장 5년 뒤 고리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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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
■이대로면 5년 뒤 고리원전 포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내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재산정 결과’를 보면,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은 기존 2031년에서 2028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이는 조밀저장대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다.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면 포화 시기는 2032년으로 늦춰진다. 이번 재산정 결과는 산업부가 지난 10일 설명회를 열어 전문가들과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앞서 산업부는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의결 당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년 12월 확정)을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 등을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원전 정책이 완전히 바뀜에 따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올해 1월 확정)을 기반으로 해당 내용을 다시 산정했다. 그 결과 고리원전 포화 시기가 3년 단축된 것이다.
다른 원전의 포화 시기도 1, 2년 앞당겨졌다. 2021년 12월에 ‘2031년’으로 전망됐던 한빛원전(전남 영광)은 이번에 2030년으로 예측됐다. 경북 울진 한울원전은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짧아졌다. 경북 경주 신월성원전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전은 2021년 12월에 예상한 시기(2066년)와 같게 나왔다. 당시 포화 예상 시기가 제시되지 않았던 월성원전은 이번에 2037년으로 전망됐다. 고리원전의 포화 예상 시기가 가장 빠른 것은 국내 원전 중 가장 먼저 설계수명 연장(오는 4월 고리 2호기)이 이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입장에서는 조밀저장대를 설치해 포화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건식저장시설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산업부가 지난 10일 설명회를 열어 재산정 결과를 공개한 것도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약칭)’의 조속 처리를 강조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총 3개의 해당 법안은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한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앞으로 7년 뒤(2030년)에는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가동이 순차로 멈추는 만큼, 특별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산업부와 한수원의 입장이다. 한수원이 지난 7일 이사회에서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것 역시 정부의 이런 판단과 궤를 같이 한다.
■“원전 위험도 높아질 것” 우려도
하지만 원전 지역 시민단체나 정치권 등은 ‘임시 저장’이 아닌 ‘영구 저장’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저장시설 부지 확보 문제가 사실상 ‘국가적 난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조밀저장대 역시 수명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설치하지 않아도 됐을 시설물이다.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영구 정지시킨다면 조밀저장대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며 “(조밀저장대 설치로)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아지면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