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Can Travel Anywhere(그녀는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가 노매드헐이 추구하는 슬로건입니다.”

여성의 안전한 혼자 여행을 응원하는 취지로 출발한 부산지역 스타트업 ‘노매드헐’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주최한 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 노매드헐은 유목민(Nomad)과 여성을 가리키는 대명사(Her)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여성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글로벌 여행 커뮤니티 앱이다.

16일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IBK창공 부산’에서 글로벌 여행 커뮤니티 앱 노매드헐(NomadHer) 김효정 대표가 원격으로 팀원들과 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노매드헐은 최근 UNWTO의 제2회 글로벌 ESG관광 스타트업 대회(UN Awake Tourism Challenge)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전 세계 120개국 2000여 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13개국 15개 업체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매드헐은 ‘우먼 임파워먼트(Woman Empowerment)’ 부문에서 대상을 손에 넣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노매드헐과 싱가포르 1곳 등 단 2개 스타트업만 수상 기업으로 뽑혀 의미를 더한다. 노매드헐은 ▷지역사회에서 청년이 주체가 된 점 ▷기술을 활용한 관광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번 대회 수상으로 노매드헐은 세계 최고 호텔관광대학 중 하나인 레로쉬(Les Roches)가 주최하는 스위스 혁신 인큐베이션 허브 3개월 특전을 받게 됐다.

2020년 1월 출시된 노매드헐은 190개국에서 인증된 3만 명의 여성 여행자가 사용한다. 오직 신원 인증을 마친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노매드헐 앱에서는 여성 동행자를 찾거나 현지 여성이 알려주는 로컬 여행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노매드헐은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 부산’의 3기 혁신 창업 기업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55층에 본사, 파리·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20년 부산관광공사가 지원하는 지역 스타트업으로 선정됐으며,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위원회가 선정한 ‘24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직원은 한국인 여성 3명, 프랑스인 남성 2명, 영국인 남성 1명 등 총 6명으로 뿔뿔이 흩어져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일한다. 앱 출시 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하루 이용자가 5배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부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여성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국문·영문)도 제작했다. 올해는 4월부터 송정해수욕장 서핑캠프, 해운대해수욕장 일출 요가, 영도 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매드헐은 더 많은 여성 여행자를 연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4년째 서울 파리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과 캠프도 열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파리와 서울에서 유네스코(UNESCO) 디올(Dior) 맥라렌(McLaren) 등과 함께 여성 여행자를 위한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노매드헐 김효정 대표는 “스무 살 때 이탈리아에 여행 갔다가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이런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앱을 출시했다”며 “여성 대부분이 안전 외로움 비용 등을 이유로 혼자 여행을 망설이는데, 노매드헐 앱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여러 곳에서 살아봤지만 부산만큼 좋은 도시가 없다”며 “파리보다 비가 적게 내려 날씨가 좋고 바다도 있는 부산의 매력을 노매드헐 앱을 통해 지속해서 소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