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FOMC서 베이비스텝 관측
- 한은도 유동성 위기 고려 선조치
-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위축 우려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상보다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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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에서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이 1월 국제수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기와 스타트업 실적이 나빠지자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었고 SVB는 이에 대응해 채권 위주의 자산을 매각했지만, 장부상 가치보다 현재 가치가 현저히 낮아 유동성 부족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후 유상증자마저 실패해 결국 붕괴했다.
파산에 이른 과정마다 SVB를 벼랑으로 몬 핵심 원인은 ‘금리’다. 연준은 지난 1년간 거의 0에 수렴했던 기준금리를 4.75%까지 빠르게 인상했다. 높은 금리에 대출이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이 예금을 빼내 ‘뱅크런’을 촉발했다.
결국 연준도 오는 21,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안정이 아무리 급해도 제2, 제3의 SVB 사태가 이어지면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다음 FOMC에서 그동안 예상과 달리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 스텝(〃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는 이유다.
한은도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 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기 시작해 전체 금융기관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연준이 SVB 사태 여파로 인상 폭을 줄인다면 한은 역시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다음 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준이 베이비 스텝만 밟아도 미국(4.75∼5.00%) 기준금리가 한국(3.50%)보다 1.50%포인트나 높아지는 점은 큰 부담이다.
부산을 비롯한 국내 벤처·스타트업계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진다. SVB가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만큼 투자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걱정한다. 김민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장은 “통상 벤처캐피탈(VC)은 펀드 출자자(LP)에게 자금을 받아 투자한다. LP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있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또 전에는 유저 활성화 수 등만 충족되면 광고로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VC들이 재무제표 등을 보고 단기적으로 투자한다. 초기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주로 포진한 코스닥 시장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코스닥벤처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0.66%였다. 정보기술(IT) 분야 수익률은 -2.07%로 더 낮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VC나 스타트업의 자금이 막히면 당연히 우리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며 “시장이 흔들리면 코스닥 지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