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사업자가 화물차 운전자에게 번호판 사용료 명목으로 부당한 돈을 요구하는 등 지입제를 악용한 ‘갑질’이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17일까지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지입제 피해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 결과, 790건(하루 평균 30.4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운송사업자의 번호판 사용료 수취’가 424건(53.7%)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입료를 받은 뒤 일감 미제공’ 113건(14.3%)’, ‘화물차량을 대·폐차하는 과정에서 동의 비용으로 이른바 도장값 수취’ 33건(4.2%)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운송사업자는 운전자에게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웃돈과 번호판 사용료를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면 일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고정 물량이 배정되지 않아 운전자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일감을 줄 때도 과적을 강요하는 등 심리적·육체적 고통을 강요해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횡포를 부렸다.
다른 운송사업자는 물량의 집중 출하 때 하루에 18~20시간 동안 일하도록 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운전자에게 요구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리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고 겁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운송사업자가 각종 대금을 운전자에게 이체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하는가 하면 불합리한 점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신고기간 중에는 화물차주의 피해 외에 운송사가 총 76대의 차량을 불법 증차한 사례도 확인됐다. 현행법은 화물차 수급관리를 위해 공급기준에 맞지 않는 차량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운송사는 지자체 담당자와 은밀한 거래를 통해 화물차량을 추가로 등록했다.
국토부는 접수된 피해사례와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에 212건에 대해 행정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탈세 의심이 있는 97건은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32건은 경찰청에 수사의뢰한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월 6일 당정협의를 통해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지입제 개혁을 추진 중이다.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2월 9일 국회에 발의됐다. 차주에게 최소한의 일감도 제공하지 않는 운송사의 차량 감차, 부당 금전 요구가 담긴 계약 무효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입제 피해 집중 신고기간 운영 및 현장조사를 통해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일부 운송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