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단계식 1000여명 투자자 모집
- 조직적 영업·대리매매 수법 악용
- 8개 종목 대주주 등 수사 불가피
- 4월초 이상 징후 방치, 피해 키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드러난 대규모 주가 조작 사건(국제신문 지난 4월 28일 자 9면 등 보도)과 관련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사전에 주가 조작을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0년부터 조직적 조작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면 아래에 있던 주가 조작 세력은 지난 24일 8개 종목이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대량 매물에 폭락하면서 얼굴을 드러냈다. 해당 종목은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다. 이들 8개 종목의 시가 총액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거래일인 21일 약 12조1949억2000만 원에서 28일 기준 4조3456억4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일주일 만에 7조8492억9000만 원 증발한 것이다.
주가 조작 세력은 2020년부터 다단계식으로 최대 1000명 안팎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을 투입했다. 이어 지속적인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이익을 거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개입한 종목의 주가는 최고 1740%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주가 조작 세력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H투자컨설팅업체가 영업·매매팀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해 매매를 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주로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 등락 폭이 큰 자산주가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이 세력은 연예인 의사 등 투자자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 자산의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CFD는 개인이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 증권사는 다시 외국계 증권사에 대리를 맡기는 형식이다.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져온 투자 방식으로 전해진다.
■통정거래 의혹 규명 관건
이번 사태는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이 지난 28일 합동수사팀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수사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사의 핵심은 매수·매도가를 정해 사고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8개 종목 대주주 등이 주가 조작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 미리 이익을 챙겼는지도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20일 시간 외 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 원을 확보했다. 서울가스 김영민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 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 원이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인 의혹을 받는다.
금융위원회 책임론도 커진다. 지난달 초 사건 징후를 인지하고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융감독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늑장 대응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남부지검 협력을 받아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유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위고하나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