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에 최초 보고 78억 불과
- 기본적 내부통제 사실상 실패
- 은행 측 “모든 수단 써서 회수”
- 금감원 “관련직원 등 엄정 조처”
BNK경남은행의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 562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남은행의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 원대 횡령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자체 점검 때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데다 직원 횡령을 막기 위한 순환근무제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남은행은 2010년 4000억 원대 금융 사고 이후 13년 만에 또다시 물의를 빚었다.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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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모습. 연합뉴스 |
2일 금융감독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모(50) 씨의 횡령이 적발된 데는 검찰의 장기 수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경남은행은 지난 4월 검찰로부터 이 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 수상함을 느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자발적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가동한 게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 감사를 시작한 것이다.
감사 역량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남은행은 지난 4월 모니터링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전후가 돼서야 이 씨의 PF 대출 상환 자금 횡령 혐의를 구체적으로 포착했다. 금감원에 이 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처음 보고한 것은 지난 6월 21일이다. 구체적 횡령 금액은 지난달 20일에야 보고가 이뤄졌다. 정확한 횡령 내용을 파악하기까지 무려 3개월가량이 걸렸다.
내부 감사는 정확성도 떨어졌다. 지난달 20일 처음 금감원에 보고한 경남은행의 사고 금액은 77억9000만 원이다. 이후 금감원이 지난달 21일 10여 일간 긴급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횡령 금액은 562억 원으로 불어났다. 경남은행은 484억 원을 찾아내지 못한 셈이다.
경남은행은 이 씨가 15년간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바람에 거래 내역이 많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금감원 조사가 이뤄지던 중인 지난달 26일 2차 보고를 통해 정확한 피해 금액을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업무만 15년 ‘초장기’
이 씨는 줄곧 부동산 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동일 업무 장기근무 직원’이었는데 경남은행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은행권 금융 사고가 반복되면서 ‘장기근무 직원 순환인사’를 적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 씨는 15년 동안 업무 변동이 없었다. 2007년부터 지난 4월까지 경남은행 서울 투자금융부서에서 부동산 PF 업무를 맡았다.
경남은행은 “부동산이나 기업 투자 관련 부분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처음 직원이 발령받으면 제대로 업무를 소화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며 “적응 기간이 오래 필요한 부서라는 인식이 있다.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번 금융 사고와 관련해 이 씨 개인의 일탈을 넘어 내부 통제에 사실상 실패한 경남은행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 내부 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책임 있는 관련 임직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은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법무법인과 협력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횡령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며 “금융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 직원의 일탈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