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치솟는다. 7년 8개월 전 3.3㎡당 1000만 원 수준이던 부산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 6월 2000만 원으로 뛰었다. 최근 3.3㎡당 2000만 원을 넘는 분양 현장이 흔하다. 해운대구 수영구 주요 지점에 분양할 단지는 4000만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이렇게 비싼 집이 팔릴까.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대부분 팔린다. 미분양이 속출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과 다르다. 부산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말 2646가구에서 6월 말 3107가구로, 반년 만에 461가구(17.4%) 늘었다. 그러나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같은 기간 926가구에서 799가구로 127가구(13.7%) 줄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등 분양가가 치솟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원가를 제외하고 얼마를 남기느냐는 결국 시행사가 선택한다. 분양가 책정은 물건을 얼마에 내놓을지, 사업 마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런 이유로 시행사는 시장 상황과 수요, 주변 집값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분양가를 내놓는다.
적정선을 찾는 건 매우 어렵다. 비싸게 내놨다가 계약이 안 돼 미분양을 떠안는 것도 문제지만, 청약이 대박 나 정당 계약에서 100% 완판되는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시행사로서는 살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가격을 잘못 책정해 수익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정당 계약률 65% 정도를 성공한 분양이라고 평가한다. 나머지 35%는 예비 당첨과 선착순 등으로 팔면 된다.
최근 공사비가 크게 오르자 시행사는 타깃을 서민에서 부자로 고쳐 잡았다. 아파트 원가가 크게 늘었는데, 서민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이참에 분양가와 관계없는 최고급 명품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를 만드는 것이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사세 아파트는 ‘그들’의 새로운 성이자 투자처다. 보유 현금이 많아서 금리 고저나 부동산 경기에 상관없이 매매가 이뤄진다. 해운대 마린시티 펜트하우스가 그렇게 75억 원에 팔렸다. ‘엘시티도 처음에는 미분양’이라는 사실도 경험으로 안다. 하이엔드 바람은 부산 전체 분양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기준 부산의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9.5점으로 조사됐다.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5년 동안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나저러나 서민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진다. 아, 서글픈 현실!
박호걸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