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근해어업 분야의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선원 도입을 계속 늘리고 있으나 10명 가운데 1명꼴로 아무런 통보 없이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국부터 업무 배정, 출국 때까지 정부가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 고용된 외국인 선원(E-10-2 비자)은 7만104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중 11.2%인 7964명은 무단이탈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만1706명의 외국 선원 가운데 1047명이 사전 통보를 생략한 채 현장을 떠나 버렸다.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무단 이탈자의 국적별로는 베트남 선원이 554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 2519명, 중국 893명, 미얀마 48명, 스리랑카 5명 등의 순이었다.

조업 중인 외국인 선원.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국제신문DB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분야에서는 선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반면 고된 업무 등을 이유로 젊은 층의 외면이 줄어들면서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 선원이 없으면 연근해어업이 조만간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선원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들은 최장 4년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원들은 도심의 건설 공사장 등에서 더 나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국내 중개업자들과 짜고 애초부터 무단이탈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추측한다.

어업인들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선원의 사후 관리를 민간 업체들이 맡고 있는 점을 사태 발생의 원인으로 거론한다. 불법 이탈 사실 등을 알더라도 이를 막을 법적 권한이 없어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외국인 선원제도의 전 과정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월 외국인 선원 도입·고용관리 전반에 대해 제도 개선을 하라고 해수부에 권고했다.

최 의원은 “현재 국내 연근해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 선원이어서 이들이 없으면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해질 정도”라며 “모집에서부터 업무를 끝내고 출국하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국가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