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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도심 50층 랜드마크…호화주택 안 부러운 공공임대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6> ‘피나클 앳 덕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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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임대주택 초고층 재건축
- 도시철도 4개 노선 인접 입지
- 텃밭·조깅 트랙 등 다양한 시설
- 꼭대기 전망대 관광객들 북적

- 신규공급 아파트 110㎡가 4억
- 99년간 ‘내 집’처럼 쓸 수 있어
- 매매뿐만 아니라 상속도 가능

지난달 20일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업무지구 마리나베이와 3㎞가량 떨어진 도심. 이곳을 찾은 국제신문 취재진 눈에 웅장한 고층 건물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도시 랜드마크라고 불러도 손색없었다. 공공임대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싱가포르 핵심부에 세워진 임대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2009년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은 가장 오래된 임대주택을 허물고 초고층 고품질 공공주택으로 재건축했다.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0층으로 세워졌다. 이렇게 탄생한 피나클 앳 덕스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대주택이다. 7개 동에 1848가구가 산다. 26층과 50층은 스카이 브리지로 연결돼 7개 동을 오갈 수 있다.

■랜드마크가 된 임대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50층 전망대에서 경치를 즐기는 독일인 관광객.
피나클 앳 덕스톤은 서울시가 선도 사업 대상으로 정해 고밀도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원구 하계5단지 영구임대주택(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6면 보도)의 롤 모델이다. 지난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피나클 앳 덕스톤을 방문해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해 고밀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고립·배제된 부산지역 영구임대주택 모습과 딴판이다. 싱가포르 최고 도심인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존에 있다. 싱가포르에는 6개 도시철도 노선이 있는데 이 가운데 브라운·그린·블루·퍼플 라인 등 4개 노선이 이곳 가까이 있다.

지하~지상 1·2층에는 다양한 편의 시설과 주차장이 들어섰다. 주차장은 개방된다. 외부인에게서 받은 주차비는 입주민의 관리비를 낮춘다. 3층에는 놀이터 농구장 벤치 텃밭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차는 접근할 수 없어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놀 수 있다. 26층은 조깅하는 공간이다. 우레탄 트랙이 깔렸다. 트랙을 밟고 A~G블록 등 7개 동을 모두 지나도록 설계됐다. 26층에서 싱가포르 최고 경치를 보며 운동할 수 있는 셈이다.

꼭대기인 50층은 전망대다. 사방으로 싱가포르 전역을 조망할 수 있다. 외부인은 G블록 매표소에서 6싱가포르달러(약 6000원)를 내고 들어갈 수 있다. 피나클 앳 덕스톤이 도시 한가운데서 랜드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날 전망대에서 만난 독일인 관광객 알로이스 히어리(Alois Hiry) 씨도 화려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히어리 씨는 “친구와 싱가포르를 여행 중인데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여기가 임대주택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매표소 직원은 “더운 낮보다는 야경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많다. 한꺼번에 수백 명이 몰리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도시의 자랑이 된 피나클 앳 덕스톤은 누구에게도 차별과 분리의 대상이 아니다. 부산의 영구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피나클 앳 덕스톤은 추첨 당시에도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 피터 호(Peter Ho) 씨는 “2011년 추첨할 때 경쟁률이 굉장했다. 45층에 당첨됐는데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정말 많이 받았다”며 “거실에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다. 가족 3명이 살기에 충분하다. 관리비는 월 150싱가포르달러(약 15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나갈 생각은 없다. 계속 살 계획”이라고 했다.

■평생 1번…빌려 쓰지만 ‘내 집’

싱가포르 임대주택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빌려 쓰지만, 사실상 ‘소유’할 수 있다. 임차인에게 ‘재산’이 되기도 한다.

토지 공개념을 국가 차원에서 정립한 싱가포르는 전체 면적의 90% 정도가 국유지다. 이를 군사 산업 관광 등 용도에 맞게 임대한다. 주택도 우리나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격인 HDB가 직접 지어 공급한다. 싱가포르 시민은 이런 형태의 임대아파트를 고유명사처럼 ‘HDB’라고 부른다. 2021년 기준 HDB 비율은 전체 주택의 74%에 이른다. 이 외에는 대부분 콘도미니엄이라고 불리는 민간아파트다. HDB 덕분에 싱가포르 자가 점유율은 88.9%까지 올랐다.

공공이 공급하는 만큼 집값도 싸다. HDB 신규 아파트 가격은 전용 면적 110㎡ 기준 4억 원 수준이다. 콘도미니엄은 3배가량 더 비싸게 거래된다. 중위 소득자가 연봉을 모아서 HDB를 살 수 있는 기간은 2020년 기준 4.7년에 불과하다. 초기 투입 비용도 적다. 싱가포르 직장인은 월급의 20%를 떼서 연금을 넣는데, HDB를 살 때 이를 활용해 분양 선수금을 낸다. 잔금은 연이율 2.5% 저리로 25년간 납부하면 돼 소득이 적어도 충분히 HDB를 살 수 있다.

단순히 가격만 싼 것은 아니다. 피나클 앳 덕스톤처럼 도시 중심, 도시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우수한 곳에 HDB가 공급된다. 가족 수와 경제 수준에 맞춰 크기와 형태도 다양하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지어진다.

가장 큰 특징은 임대지만 소유의 개념도 갖췄다는 데 있다. 토지임대부(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일반에 분양) 방식이지만, 매달 월세를 내지 않는다. 또 싱가포르 임대주택은 99년간 빌리는 개념이다. 모든 국민에게 평생 한 번 HDB를 살 수 있는 권한을 준다. HDB에서 의무적으로 5년을 살아야 한다. 그 이후에는 시장 가격으로 리세일 마켓에 팔 수 있다. 싱가포르 시민 에스터(Esther·여) 씨는 “살면서 집에 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HDB는 임대주택이지만 사실상 개인 소유로 여겨진다. 99년 안에는 매매뿐만 아니라 상속도 할 수 있다”며 “누구에게나 한 번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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