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 특별법 내년 시행
- 산업도시 울산 특화지역 지정땐
- 지역 경제·산업구조 고도화 도움

“100년 넘게 이어진 한국 전력시장의 패러다임이 (지난 5월) 변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기술지원단장이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현재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장거리 송전망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공급된다. 이 때문에 부산 울산을 비롯한 원전 소재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데도 사실상 ‘수도권을 위해’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이런 모순적인 전력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앙 집중식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지역 간 전기 공급·수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핵심 취지다.

울산테크노파크 이한우(58)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최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는 발전소가 없는 곳(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대규모 송전 설비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설치비 증가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며 “내년 중순께 특별법이 시행되면 이런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전력 다소비 산업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 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별법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해당 시·도에 공급하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한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전기료를 더 저렴하게 적용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 요금제) 시행 근거도 담겼다. 특별법은 국회 통과 후 1년이 되는 내년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 단장은 특별법 시행 이후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될 방안으로 차등 요금제를 꼽았다. 그는 “현행 전력 체계는 생산을 전담하는 지역(부산 울산 등)과 소비에 집중하는 지역(수도권 등)이 철저히 구분돼 있다. 그런데도 단일화된 전력요금 체계 탓에 (전기) 생산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방안은 특별히 없다”며 “요금 차별화를 어떤 기준에서 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특별법에 (차등 요금제) 시행 근거가 담긴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에는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 단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 울산이 특화 지역으로 지정되면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도권 기업 유치와 친환경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이 가능해져 지역 경제·산업 구조가 빠르게 고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단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진 국제유가 흐름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하면 석유 운반선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져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70달러 중·후반대다.

이 단장은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에너지공단 등을 거쳐 올해 2월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수소에너지학회 이사와 울산시 에너지위원회 위원 등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