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현지시간으로 오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앞둔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계박람회를 개괄하고 향후 박람회의 미래상까지 담긴 종합서적이 출간됐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박람회에서부터 오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경쟁(부산 리야드 로마)까지 기본적인 모든 정보가 담긴 게 특징이다.

21세기의 세계박람회 표지

2030부산세계박람회장 북항의 미래 조감도. 저자 이각규 및 부산시 제공

2015년 밀라노 세계박람회의 상징조형물 생명의 나무 광장의 관람객 인파. 이각규 제공

‘21세기의 세계박람회-제3세대 세계박람회로의 대전환(학지사비즈·2023년 11월)’은 세계박람회는 무엇인가, 세계박람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세계박람회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내용이 494쪽에 걸쳐 수십 장의 컬러 사진, 표물로 구성됐다.

저자 이각규 박람회연구회장이 표현하는 ‘세계박람회장의 하루’ 편을 보면 세계박람회가 어떤 행사인지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문박람회였던 대전세계박람회,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 적은 있지만 유치와 집행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대부분 퇴직하면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당시 박람회에 대한 개념조차 잡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 박람회장 하루는

이 책에 나타난 세계박람회의 하루를 잠깐 살펴본다. 박람회장에서는 새벽부터 식당, 전시관 및 기타 시설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트럭과 운영 요원들이 도착하고 청소 등을 진행한다. 오전 10시 개장에는 수천 명의 관람객이 출입구 외부 광장에 모인다. 관람객은 다양한 볼거리와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설명하는 가이드북을 구입한다. 일부 관람객은 개최국 화폐로 환전하거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광장의 현금입출금기를 이용한다.

라이브 공연과 공연 중계 대형 프로젝트가 곳곳에 눈에 띈다. 광장을 지나면 눈에 띄는 위치에 세계박람회 주제관이 있다. 주제관은 규모와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세계박람회장의 핵심적인 장소다. 관람객들은 변화무쌍한 영상이 투사되는 벽면 터널을 통과해 관람객들을 안내하는 움직이는 보도에서 환영을 받는다. 음악은 극적인 힌트와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터널이 끝나면 관람객들은 특정 하위 주제를 반영한 다양한 작은 영역이 포함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극장에 입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짧은 라이브 프레젠테이션을 본다.

박람회장 오전의 한 단면이다. 이 책은 추상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세계박람회를 구체적인 모습으로 제시해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을 손에 잡히도록 그려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는 2005년 아이치, 2010년 상하이, 2015년 밀라노 세계박람회에 다녀왔고 전문(인정)박람회 가운데에서는 1985년 쓰쿠바,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박람회를 관람했거나 개최 과정에 관여한 바 있다.

● 박람회 역사 오롯이

한국은 처음으로 1893년 미국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참가한다. 고종은 일본이 1873년 빈세계박람회에 참가해 열풍을 일으킨 것에 착안해 박람회를 우리나라의 독립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서구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 것이다. 부산은 2030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해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 그 핵심 도시인 부산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고 개발도상국과 발전 경험을 공유할 기회로 삼는 것과 비슷하다. 박람회는 역사적이며 정치적이다.

이 책은 세계박람회 정보와 역사에 대한 정리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2030년 세계박람회가 제3세대 박람회로 가능 전환점이 돼야 한다”면서 “세계박람회 주최자는 정보를 관람객에게 주입하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답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국제박람회기구가 미래의, 제3세대 세계박람회 미래상을 그려야 하며 그러한 답을 관람객과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람회의 미래상은 오히려 박람회의 본질, 박람회의 정의를 찾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저자는 세계박람회에 대해 “‘반보 앞선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행복한 가까운 미래’를 예감하게 하는 초대형 행사이며 축제”라고 정의한다.

세계박람회에서 증기기관, 타이어, 팩스, 가스엔진, 전화기 등이 소개됐고 20세기 초반에는 X선기계, 텔레비전, 음성인식 기술 등도 소개됐다. 잘 알려져 있듯이 에펠탑도 세계박람회의 유산이며 우리가 자주 찾는 백화점도 세계박람회의 발명품이다.

저자 이각규는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장이며 이벤트프로젝트 프로듀서다. 그는 부산산업대, 배재대 관광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롯데전자 광고실 디자이너 대홍기획 이벤트팀장 등을 역임했다. 2030년 부산엑스포추진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책 일부인 ‘제4부 제3세대 세계박람회로의 전환’은 국제신문 시리즈로도 보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