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건설사와 정비사업 조합 간 ‘공사비 인상 갈등’이 불붙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매년 평균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곳곳에서 정비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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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가 정리돼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1일 조합 측에 3.3㎥당 공사비를 539만9000원에서 926만 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해 양측 간 공사비 갈등이 예상된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4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지난 1일 부산진구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내용의 ‘도급공사비 증액 요청’ 문서를 보냈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문건에서 전용면적 3.3㎡당 공사비를 539만9000원에서 926만 원으로 늘려달라는 내용을 이사회에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증액을 요청한 공사비는 지난해 11월 사업시행변경(2차) 때 접수한 도면 기준이다. 기존 공사비는 2021년 1월 기준으로 3년 사이 무려 72%나 급증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추후 기초 설계까지 마무리된 뒤 공사비는 변경될 수 있으며, 무이자 금융비용(500억 원)을 제할 경우에는 전용면적 3.3㎡당 896만6000원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범천1-1구역 재개발 사업은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 부산진구 범천동 850-1 일원 23만 6354㎡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 8개 동 1323가구와 오피스텔 188실, 상업시설 등을 짓는 개발사업이다. 총사업비가 4160억 원에 달하는 ‘부산 도심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사업장이다. 현대건설은 2020년 3월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 BIFC 인근의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며 ‘힐스테이트 아이코닉’을 제시하고 시공사에 선정됐다.
조합 측은 우선 현대건설이 증액을 요청한 공사비의 세부내역을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조합 측은 “현대건설이 얼마나 구체적인 세부내역을 밝힐지도 미지수이며, 무엇보다 증액 규모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이 지난해 6월 GS건설과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사례가 있다. 조합은 최근 새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해 3.3㎡당 공사비 891만 원을 제시한 포스코이앤씨와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역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금융 비용과 물가 상승으로 지역에서도 건설사들이 3.3㎡당 1000만 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제안하면서 조합원과 일반분양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천1-1구역을 시작으로 착공을 앞둔 상당수 정비사업장이 건설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을 겪을 가능성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사비 세부내역을 계약 체결 전에 밝히고, 설계 변동 및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시 기준이 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 계약서’를 도입해 정비사업장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