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최장 4년→2년 등 검토
- 기업 밸류업 정책 맞물려 주목
- 금감원장, 주주환원 확대 강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에 대한 거래정지 상태가 수년씩 지속되면서 8조 원이 넘는 자금이 시장에 묶인 상태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절차를 개선해 증시 활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실기업의 ‘시장 퇴출’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개선안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총 71개 사(코스피 17개사·코스닥 54개사)로 집계됐다.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 원에 달한다. 현재 이들 회사는 3, 4년 가까이 거래정지된 상태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면밀히 거쳐 증시에서의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에선 3심제(기업심사위원회→1차 시장위원회→2차 시장위원회)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회사 재무 건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개선 기간이 현재 코스피는 최장 4년, 코스닥은 2년에 달해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주가 부양이나 머니 게임 등에 휩쓸리면서 전체 시장 건전성을 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코스피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를 현재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정지 기업에 과도하게 묶인 자금이 새로운 기업에 투자돼야 증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절차 단축과 함께 상장 유지 요건 강화도 검토한다. 현재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는 ▷정기보고서 미제출 ▷감사인 의견 미달 ▷자본잠식 ▷거래량 미달 ▷지배구조 미달 ▷매출액 미달 ▷시가총액 미달 등을 상장폐지 요건으로 둔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런 요건들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일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상장폐지 절차 단축 및 요건 강화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더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정부가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어 증시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상장 폐지 요건 강화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제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장폐지 절차 개선은 별도의 정책으로 추진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환원 등 관련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래소에서 퇴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