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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 움직이는 해운사 부산 와야 ‘해양금융 생태계’ 구축

금융도시 부산…변방에서 중심으로 <3> 해양금융 기회와 도전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4-03-10 19:09:17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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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항만 인프라 75% 달해도
- 해양금융도시 인지도는 떨어져
- 돈 빌리는 해운사 유치 필요성
- HMM 본사 부산행 등 노력해야

- 정책금융기관 내 해양금융조직
- 금융중심지 조성 역할은 못해
- 市와 함께 네트워크 구축 필요

- 녹색채권 등 활용 조달방안 모색
- 지속가능전환 흐름 빠른 대처를

2014년 영국 런던의 컨설팅업체 지옌(Z/Yen)은 “부산은 세계 물류 흐름의 동북아 중심에 위치한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해양도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금융산업에서 부산은 여전히 거칠고 메마른 땅이다. 조선·항만 등 해양 인프라의 75%가 부산 울산 경남에 모여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막대한 자금은 서울에서 모인다. 돈이 돌면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금융’이 안된다는 얘기다.

그 이유에는 조선해운산업의 특수성과 주변 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바다산업을 키우고 금융기관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의 흐름을 바탕으로 ‘해양금융중심지’ 전략을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투자 등 수요는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해양금융도시’로서 부산의 인지도나 경쟁력은 세계 금융도시뿐 아니라 서울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HMM 등 굵직한 국내 해운사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급유 중인 6400TEU급 컨테이너선인 HMM타코마호. 국제신문DB
■해양인프라 풍부…금융시장은 척박

‘해양금융’은 쉽게 설명하자면 조선·항만 등 해양산업에 필요한 자금조달 활동을 말한다. 여기에는 선박의 매매, 개조, 용선 및 각종보험, 법률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해양금융을 핵심 산업으로 삼았다. 해운과 조선, 기자재업체 등 클러스터 집적도가 높고,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세계 물류의 허브로서 금융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이유다.

부울경 중심의 국내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에서 세계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발주량 2080만 CGT(270척) 가운데 58%인 1200만 CGT(149척)를 한국이 수주했다. 그해 453억 달러의 선박투자가 실행됐는데, 그 수요는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해양금융시장에서 부산의 현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세계 금융도시뿐만 아니라 서울에 비해서도 국제적 인지도나 경쟁력이 뒤쳐진다. 배 한 척을 새롭게 지을 때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이 드는데, 국내에서 이렇게 큰 돈을 조달할 곳은 서울뿐인 것이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변동성이 큰 해양금융에 보수적으로 돌아서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해운회사는 더욱 서울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반대로 돈을 빌리는 주체인 해운회사(화물선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부산 해양금융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운회사가 부산에 내려오면 보험 법률자문 안전점검 감정평가 등 주변 산업도 함께 이동하면서 해양금융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HMM 본사의 부산 이전 논의는 금융중심지 정책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해양대 윤희성(해운경영) 교수는 “부산 해양금융 생태계의 약한 고리(weak link)는 해운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금융기관을 유치해서 해양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해양금융 수요자인 해운회사를 부산에 가져와서 이들이 부산 금융중심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전문인력 양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금융 전문인력은 단기간에 키워지지도 않을뿐더러 정책결정자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인력양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는 부산시와 매칭해 해양금융대학원을 전액 장학금(전일제)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책기관 부산에, 금융시장 서울에

해양금융은 투자금 규모가 크고 경기순행적인 특성상 리스크가 크다. 국내에선 민간 금융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국내 금융기관별 선박금융 현황(2021년 말 기준·누적 총 257억 달러)을 보면 외국계가 41%, 정책금융기관이 36%를 차지한다. 민간은행 증권사 연기금 캐피탈 등 민간금융기관은 23% 수준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정책금융기관의 해양금융조직 협의체인 ‘해양금융종합센터’가 부산에 있다는 점은 큰 동력이 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세 곳은 부산 해양금융 클러스터 지원을 위해 2014년 9월 해양금융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센터를 출범시켰다. 해양금융종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센터가 대출 투자 보증(보험) 분야에서 지원한 규모는 122조9000억 원. 대출 및 투자에 59조1000억 원, 보증에 63조8000억 원이 투입됐다. 2018년 7월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부산에 설치되면서 해양금융 인프라 구축의 기본틀을 완성했다.

BNK부산은행의 해양투자금융부도 2018년 해양금융부라는 이름으로 신설됐다. 신조 펀드, 직접 대출, 선박선구금 환급 보증(RG) 등을 통해 자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부산신항 조성 및 운영에 들어가는 자금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 부산은행 정우현 해양투자금융부장은 “부울경 관련 사업이면 시중은행에서 참여하지 않는 중소규모 딜에도 무조건 참여하고 해양금융시장에 기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금융기관이 부산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실제 돈이 도는 금융중심지 조성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해양금융 정책을 수행할 뿐 부산 금융중심지 지원 기관으로서 역할은 소홀하다는 인상이다. 부산시와 함께 부산해양금융협의체를 내실화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해양금융부를 두고 있는 부산은행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역은행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속가능 흐름… 자금조달 상품 모색

지난달 부산국제금융진흥원과 영국 런던의 컨설팅회사 지옌(Z/Yen) 사가 발표한 보고서 ‘해양금융과 해양금융센터의 발전’에서는 국제 해양금융중심지가 당면한 과제 3가지를 짚고 있다.

먼저 해양산업 자금조달 리스크다. 항만과 같은 인프라 자금조달에는 아직 큰 문제가 없으나 해운회사는 갈수록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이나 주식형 펀드(equity fund)는 리스크가 작은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는 해양금융센터가 금융산업 이해관계자와 해운회사를 위해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속가능으로의 흐름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업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량과 이를 흡수·제거하는 분량을 더해 실질 배출량을 ‘0’ 수준에 도달하자는 ‘넷제로(Net-Zero)’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스마트 선박의 대규모 신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이 분야의 자금 조달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녹색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지속가능연계대출 등을 활용한 자금조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화’ 역시 지속가능으로의 전환에 있어 중요한 이슈다. 지금까지 해양산업은 높은 투자비용과 보안 등의 이슈로 디지털화에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온 경향이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선박건조나 해운물류 관련 자금조달에 있어 업무 비효율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면서 신생 해양금융센터일수록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성장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박미애 실장은 “부산이 국제적 해양금융중심지로 도약하려면 신기술과 지속가능전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토대 위에 조세 행정 비즈니스 정주여건 등 개선으로 해외 금융기관 유치를 위한 섬세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 해양금융산업의 역사

2009년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해양·파생 특화)

2011년 

-한국해양대 해사산업대학원 선박금융학과 설치

2014년 

-해양금융종합센터 공식 출범
 (선박금융 주도 해양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협의체)

2018년 

-해양금융 전문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 흡수통합) 
-BNK부산은행 해양금융부 신설
-해양분야 R&D 동삼혁신지구 해양클러스터 조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물품관리원 등  16개 해양·수산분야 연구 및 공공기관 집적)

2023년 

-삼성중공업 R&D센터 문현금융단지 입주

2024년 2월 

-부산 혁신 해양 특화 공유대학 출범
 (스마트 항만물류, 해양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등 해양 분야 전문가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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