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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ESG 채권 60% 부산서 발행…디지털 혁신 판 키워야

금융도시 부산…변방에서 중심으로 <4> ESG디지털금융이 미래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4-03-17 18:51:2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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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이용
- 아직 기득권자 없는 ‘검증 단계’
- 존재감 미미한 부산의 역발상
- 새 패러다임 ‘실험의 장’으로
- 내년 준공 BIFC 3단계에 역할

- 4세대 디지털자산거래소 기대
- 민관 합동 독립적 허브도 제안

글로벌 금융산업의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기후재앙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이 주류 금융사업으로 편입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기술을 더한 디지털 금융이 금융기관과 도시를 초경쟁 시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산의 차세대 금융중심지 전략은 새로운 시장에 초점을 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에서 부산핀테크허브 입주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과보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레거시 그늘 옅은 부산, 디지털 실험도시 적합

과거 부산 금융중심지 전략은 금융공기업을 부산에 유치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을 활성화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초창기 열악한 금융 환경에서 인프라 조성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규제 개선과 산업여건 선진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면서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

부산시는 해양·파생에 집중됐던 금융중심지 초점을 디지털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금융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전자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다. 소수가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기존 레거시 체제에 비해 신속하고 중개비용이 낮으며, 디지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두에게 최소한의 금융서비스가 보장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금융은 아직 기득권자가 없고 여러 가지 실험과 검증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부산은 금융중심지 성장 초기단계에 있고, 배후에 발달한 은행시스템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실험을 하기에 적합한 도시로 본다. 서울에 비해 레거시 금융의 존재감이 약해서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참여하기에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부산이 강점을 가지는 해양, ESG금융 등과도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부산은 ‘해양도시’자 국내 ESG 채권의 60% 이상을 발행하는 탄소금융중심지다. 디지털금융은 선박건조나 해운물류 관련 자금조달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한편 탄소 배출 저감과 정보보호 강화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탄소금융중심지’ 잠재력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지난해 11월 열린 총회에서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퇴출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금융이 금융산업의 미래로 주목받는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해 탄소배출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공시의무를 강화한다. 해양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군에 탄소배출 공시의무가 적용되며,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집적산업군에 대해 탄소배출권 구매 등 페널티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 속 ESG가 금융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ESG금융은 국내 1000조 규모, 전 세계적으로 미화 4조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투자하기로 하고,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에 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부산은 국내 탄소금융중심지로서 세계적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금융 부문에 집중하는 부산 소재 금융기관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 소재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ESG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은 150조 원으로, 국내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주택금융공사는 140조 원 이상을 발행했고, BNK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최초 녹색채권을 600억 원 발행했다.

국내 ESG채권제도인 사회책임투자채권은 현재 한국거래소가 관리한다. 또한 교토협약과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부산에서 탄소배출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거래규모로는 현재 세계 2위를 기록한다. EU 규제에 따라 올해부턴 국내 해운기업의 탄소상쇄권 구매도 이루어져 해양금융중심지를 추진하는 부산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나아가 한국거래소의 K-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함께 민간주도 탄소금융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국내 탄소배출권(KCU)에 대한 디지털 토큰화로 디지털 자산화 등 연계 생태계조성 방안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핀테크센터·BDX 등 생태계 조성에 박차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조감도.
디지털 금융 확대로 금융자본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금융중심지들은 초경쟁 환경에 진입하게 됐다. 일례로 2023년 3월 미국 내 자산기준 16위 규모였던 실리콘밸리은행은 소셜미디어에 뱅크런 관련 의혹이 전파되면서 고객들이 디지털 뱅킹 인출을 가속화하자 48시간 만에 붕괴됐다. 이 같은 사례는 디지털 금융으로 촉발된 초경쟁환경에 있어 서울 및 부산금융중심지의 기회와 위기를 시사한다.

부산은 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부동산 간접투자 서비스 비브릭(BBRIC) 등 혁신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은 핀테크 기업 지원을 통해 다양한 금융혁신 시도들이 구체화됐다. 리퍼·재고 상품의 가치를 8시간마다 평가하고 자동으로 가격을 바꿔주는 재고관리시스템(팜코브),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의무보험 감편 가입 플랫폼(넥솔) 등 부산형 디지털 금융사업이 무르익고 있다.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는 BIFC 3단계 디-밸리(D-Valley)에는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4차산업 기술 기반의 디지털 금융기업과 업무지원 기능이 집적될 예정이다. 기술금융기업 200개사와 업무지원기능을 모아 남부권 최대 규모의 디지털 금융밸리 구축을 목표로 한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출범도 앞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자재와 귀금속 지식재산권(IP) 탄소배출권 등 가치 있는 모든 자산을 토큰화해 24시간 자유롭게 거래하는 4세대 거래소로, 사업자 부산BDX 컨소시엄은 올해 상반기 출범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올해부터 시작한다. 정부와 3년간 100억 씩 총 20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지역특화산업 융합 공동 프로젝트, 지역 블록체인 기업 사업화 지원, 추진성과 공유·확산 지원 등이다.

■글로벌 민관합동기구 설립·유치 제안도

부산 금융중심지는 오래 기간 꾸준한 추진으로 나름의 성과를 얻었지만, 국제적 입지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시는 부산금융중심지를 금융특구 또는 역외금융센터로 전환하고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안순구 실장은 “파격적인 규제 개선으로 글로벌 혁신 금융 서비스를 유치하고, 해외금융기관의 금융거래 촉진을 통해 디지털 금융중심지로 도약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참여 주체와 외연 확장이 제한적이어서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분야의 역할과 시장 인프라가 세워지지 못한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과 특정주체 중심으로 추진된 탓에 글로벌 시장의 잠재적 관심주체들이 참여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센터 최공필 소장은 “애매모호한 금융허브추진 주체와 정책당국의 보이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허브전략의 핵심적 리더십이 불투명하다. 리더십이 모호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공적기구가 중심지 전략을 주도한다는 시장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독립적이고 글로벌 차원의 민관합동기구 또는 미래전략중심 국제기구를 설립 또는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비경제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민관 협동차원의 독립적 허브추진기구를 제안했다. 최 소장은 “부산금융중심지 전략은 세계적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수립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지방정부로서 글로벌 이슈를 추진하려면 관련 인프라나 규제감독 차원의 노력이 구체화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큰 그림에서는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별도의 글로벌 기구를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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