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 융자액 톱10 모두 부산에
- 동일 법인·개인 중복지원 많아
- 광역지자체별 지원 금액 제한
- 취지 살리도록 지속적 감시를

부산 임대사업자 A 씨는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을 신청했다가 “벌써 예산이 다 소진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융자 신청 개시 사흘 만이었다. A 씨는 “매년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을 신청했는데 올해는 유독 일찍 마감됐다. 이 사업에 부산이 가장 많이 신청한다더니 실감했다”고 말했다.

주택 취약계층이 저렴한 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 인기가 부산에서 유독 뜨겁다. 그동안 대출 실행 건수 중 70%가 부산에 집중됐다는 국회 지적이 나온 이후 지역별 예산을 제한했는데, 올해도 부산 임대사업자의 신청이 몰리면서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만 조기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서 유일하게 부산만 조기마감

26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올해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의 부산지역 지원 예산이 지난 13일 접수 개시 사흘 만에 동이 났다. 지난 15일까지 접수된 융자 신청은 총 34건. 사업 신청을 받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만 유일하게 지역별 지원 상한액 100억 원이 조기 마감됐다. 올해 총예산은 650억 원이며, 추후 집행상황을 고려해 지역 간 재분배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산에는 이미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임대사업자가 많아서 해당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정보공유도 활발해서 특히 신청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집주인 융자형 임대주택사업은 주거 취약 계층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2018년 첫 시행했다. 지어진 지 20년 이내의 주택을 민간 임대사업자가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 시세의 85% 수준에 공급하면, 사업자에게 1.5%의 저리로 정책자금을 융자해 주는 금융 상품이다. 신청 대상은 주택임대사업자(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록자 또는 등록 가능자이며, 법인 신청자는 신청일 현재 설립일로부터 1년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집을 빌리는 임차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120% 이내인 무주택 청년·신혼부부·고령자는 1순위, 무주택 일반인은 2순위이며 각각 1.5%, 2.5%를 적용한다.

올해 사업자 모집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지역별 예산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지역 간 편중을 막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광역지자체별 지원 금액을 최대 1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신청 조건을 갖추더라도 지역별 한도를 초과하면 접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동일·유사 법인과 개인의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차주 범위를 강화했다. 차주별 대출한도는 30억 원(기존 대출금액 포함)이며, 지역별로는 가구당 수도권 1억 원, 광역시 8000만 원, 기타 60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B 법인(임원 홍길동)의 명의로 30억 원 이상을 융자를 받았으면, 임원 홍길동은 개인 명의로 신청이 불가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업체 ‘대출 갈아타기용’ 방지

올해부터 융자액과 대상 조건을 강화한 건 특정 지역에 혜택이 쏠린 데다 일부 부동산업체의 ‘대출 갈아타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융자형 집주인 임대주택의 대출실행 건수 중 약 69.3%가 부산에 집중됐다고 꼬집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융자형 임대주택 사업은 전국적으로 1만7286호가 시행됐다. 이 가운데 1만1973호가 부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문제는 정책 자금이 특정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융자액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 사업자 모두 소재지가 부산이었고, 이들의 누적 융자액은 총 1205억 원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융자액이 가장 많은 법인 C는 213개 호실에 대해 총 170억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20개 사업자 가운데 법인과 대표자 개인이 중복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동일인’이 중복 지원을 받은 것이다.

주거 취약계층에 저렴한 임대주책을 공급하다는 애초 정책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기준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우선 공급자에 임대된 건은 전체 38.3%에 불과했고, 물량이 쏠린 부산도 우선 공급자 비율이 39.9%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책 자금이 일부 임대·건설사업자 등 엉뚱한 사람에게 흘러들어 간 꼴”이라며 “애초 정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