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수도권 집값 안정 방안으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이른바 ‘SKY’)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시면 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심포지엄에서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시했다. 각 대학이 신입생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상위권 대학의 특정 지역 입학생 비율, 사실상 서울 또는 강남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는 현재 학과별 선발 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의 결단으로 변화가 시작돼 특정 지역에 몰린 사교육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에서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 올 필요가 없어지고, 매년 학기 초가 되면 각 지역 고등학교의 입학 환영회 플래카드가 서울대에 걸리는 다양성이 확보된 대학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 총재는 “이렇게 되면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더 안정될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한은은 이날 행사에서 지역균형발전 연구 성과를 잇따라 공개했다. 정민수 한은 지역연구지원팀장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한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을 주제로 기조 발표를 통해 “소수의 거점도시에 대한 집중 투자가 낮은 혼잡 비용과 주변 지역에 대한 공간적 파급 효과 등으로 국가 전체에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길곤 이진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제도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