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송전탑 모습. 국제신문DB

- 산업부 “관리·점검 강화”

전력망만 선점하고 발전사업을 하지 않는 전국의 허수 사업자 규모가 발전량 기준 1.6GW(기가와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전력망 알박기’ 행위 없이 정상적인 목적의 사업자가 선점했다면 최대 1.6GW의 발전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산 강서구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건수 중 땅값 상승을 노린 허위 신고가 적지 않다’는 지역 내 의혹 제기(국제신문 지난 6월 13일 자 1면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관리·점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전력망 혁신 전담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력망 알박기는 특정 사업자가 특정 지역의 전력망을 선점(다른 사업자보다 먼저 전력당국과 계약)한 뒤 실제 발전사업은 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산업부가 이런 알박기 행위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올해 10월 전국 기준으로 총 1.6GW 규모의 허수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허수 사업자가 알박기를 통해 해당 규모만큼의 전력망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결국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수치상 최대 1.6GW의 전기 생산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1GW는 국내 원전 1기의 통상적인 발전량과 유사한 규모다.

산업부는 이날 ‘1.6GW’ 수치를 제외하고 지역별 허수 사업자 규모나 알박기 추정 이유 등을 공개·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유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노린 사업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6월 부산지역 내 의혹 제기로 이미 표면화된 바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산업단지가 집중된 부산 강서구에는 데이터센터 설립과 관련한 ‘전력수전예정통지’(사업자가 한전에 전기 확보를 신청하는 것) 신청 건수가 2021년 1건에서 2023년 93건 폭증했다.

지역 내 데이터센터 등 사업자들은 93건 가운데 ‘허수’ 사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개발 호재 지역인 강서구의 땅값 상승을 염두에 둔 알박기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역시 이날 회의에서 “전력망은 한정된 국가 자원이므로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전력망 알박기를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추진한다. 올해 데이터센터 시행 예정 부지를 대상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강화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산업부는 한국전력과 전력망 이용 계약을 맺은 뒤 2년 이상 발전사업에 나서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망 이용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취소된 전력망은 후순위 사업자에게 배분한다.

아울러 산업부는 전력망 이용 개시일을 연기한 사업자 가운데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전력망 접속 순위를 뒤로 미룰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