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평균 수익률 증권사 ‘최고’

- 채권·ETF 등 포트폴리오 확인
- 계좌 만든 뒤 신청서 접수해야
- 확정급여형은 이전 불가능 유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운용사만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부터 시작된다. 국내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장기수익률은 2%대로 저조한 편. 4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예상되면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사는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머니무브’에 대비한다.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아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현재 가입한 금융사 퇴직연금 계좌의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사의 퇴직연금 계좌로 변경할 수 있는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를 이동하려면 번거롭고 손실이 따랐다. 기존 퇴직연금 계좌에 있던 상품을 해지(현금화)하고 다른 금융사에서 재매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했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하는 불편함도 있어 실제 옮기는 가입자는 적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이 같은 현금화 과정 없이 계좌 실물 그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은행 증권사 보험 등으로 퇴직연금 운용사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면서 상품의 해지 손실은 최소화고 수익률은 더 높은 금융사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머니무브를 앞두고 퇴직연금 사업자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를 늘리는 등 본격 경쟁에 대비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시장을 이미 선점한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탈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 증권사가 예금이나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더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을 보면 은행이 51.8%로 과반을 차지하고, 증권사(22.6%)와 생명보험사(20.5%) 손해보험사(3.9%) 순으로 나타난다. 업권별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을 보면 최근 5년 평균 기준 증권사가 2.9%로 가장 높았고 생보사 2.3%, 은행 2.2%로 뒤따랐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증권사의 수익률이 7.11%, 은행은 4.87%였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현재 은행 연금 계좌에서는 100~170여 개의 거래가 가능하고, 증권사에서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할 수 있다. 또 은행은 예약매매처럼 미리 주문을 넣어 해당 가격으로 나중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반면 증권사에서는 실시간 거래할 수 있다.

■실물이전 방법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가입자는 먼저 계좌를 옮기려는 금융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새로 옮길 금융사에 퇴직연금 계좌가 이미 있으면 신규 개설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금융사가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가입자의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치면 실물이전이 실행된다.

이때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직접 골라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 이전이 가능한데, 회사가 운영해 정해진 금액을 주는 확정급여(DB)형은 이전이 불가능하다. 또한 DC형은 DC형으로, IRP는 IRP로만 변경할 수 있는 등 동일한 연금제도 계좌에 한해 이동 가능하다. 다만 동일 금융사 내에서는 DC형 계좌에서 IRP 계좌로 옮길 수 있다. DC형 계좌는 회사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 통상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변경 신청을 받는다. IRP는 원할 때 언제든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퇴직연금 투자 상품이 모두 실물이전 가능한 건 아니라서 포트폴리오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예금, 채권, 원리금보장 패생결합사채, 펀드(MMF 제외), 상장지수펀드(ETF)는 계좌 이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식, 리츠, 주가연계증권(ELS), 금리연동형 보험, 디폴트옵션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이더라도 퇴직연금을 옮기려는 해당 금융사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해당 상품이 없다면 이를 현금화한 뒤 이전 신청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