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해양대 이차전지 기술이전
- 부산 업체서 29억 기술료 받아
- 지역기업-대학협력 대표 사례
- 부산테크노파크 등 지자체·기관
- 매칭데이·기술장터 등 조율행사
- 기존 산학협력서 빠진 역할 해내
- 지·산·학이 각자 자원 합쳐 상생
- 지역성장모델 발굴·육성 지름길
청년인구 유출, 산업 구조의 경쟁력 약화, 기업과 대학의 쇠락 그리고 침체 위기에 놓인 부산 경제. 수도권이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부산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재가 빠져나가며 투자가 위축됐고, 그에 따라 신속하게 재편되는 산업구조에 올라타기는 쉽지 않았다. 지역 기업은 만성 구인난에 시달리고, 대학 역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지자체나 대학의 지원을 받아 자리를 잡은 창업기업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실정이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해법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국제신문은 지자체·산업계·학계가 각자 자원을 활용해 상생하는 ‘지·산·학 협력’에 주목한다. 부산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사람과 기술 행정이 연계해 새롭고 입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기적인 협업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산·학의 협력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큰 효과는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한 성장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점이다. 기술 인재채용 창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산·학 활용법과 발전 방안에 대해 나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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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지산학 기술매칭 로드쇼’ 현장에서 지역 기업과 대학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특허 기술과 연구자 정보에 대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연구자들도 대거 참여해 기술 관련 자세한 상담이 이뤄졌다.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
■기술 혁신, 대학과 손 잡다한국해양대가 2021년 국내 중견기업의 자회사로 부산에 설립된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A 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에서 29억 원의 높은 기술료를 받아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지역 대학에서 창출된 기술이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역의 기업으로 이전되고, 높은 기술료로 거래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대학의 수많은 연구가 논문에 그치거나, 이전이 이뤄진다 해도 지역 기업의 사업화 역량이 따라주지 않아 사장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술료 또한 범위는 넓지만 억대를 넘어가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한국해양대는 당시 ‘촉매정제 공정이 필요 없는 탄소나노튜브 생산 기술 사업화’를 위한 이전 계약을 맺었다. A 기업은 탄소 복합체 제조 및 탄소나노튜브, 나트륨 이온전지 관련 기술 등 총 3건의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이차전지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되는 기술이다.
한국해양대는 이차전지에서 사용되는 전극 물질보다 적은 양을 넣고도 전도성이 크게 향상되는 ‘탄소나노튜브’의 제조 공정에 혁신을 이뤄냈다. 작업자에게 위험하고 제품에도 손상을 줄 수 있는 공정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다. A 기업은 연구팀과 함께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 투자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체결 이후엔 신규 인력 채용도 이뤄졌다. 대학의 기술 역량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지역 첨단기술 선도에 있어서도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기술 거래는 대학과 산업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기술 혁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첨단 산업으로의 변화가 빠를수록 대학의 연구 역량은 지역 산업계에서 가치가 크다. 기존 산학협력 모델 역시 이를 지향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 원인은 조율과 합의의 실패로 모인다. 양측이 생각하는 목표의 차이, 기술의 수요와 공급의 매칭 실패 등이 그것이다.
■대학, 현장으로 나오다 |
| 지난 6일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4 지산학 쇼케이스-밋업존’에서 대학과 기업 관계자들이 기술 상담과 협력 방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술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부산의 한 기업 관계자는 “교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미팅 날짜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산업 현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적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현실적인 생산 환경에 대해 충분하게 소통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가기를 원했지만 서로의 목표가 달랐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지원사업 형식에 얽매인 산학 협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교 관계자도 있었다. 지역의 한 대학 산학협력단 직원은 “학교와 기업은 서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미묘한 입장 차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교류와 조율이 필요하다. 산학협력단이 그 역할을 맡는데 권한과 자율성은 없다”며 “때로는 유연한 대응과 개입이 필요하지만 지원사업 진행 절차상 허용되지 않는다. 완벽한 서류 작업만을 요구하는 평가 과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지·산·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테크노파크(TP)는 “기존 산학협력에서 빠져 있는 조율의 역할을 지자체가 메우겠다”고 밝혔다. 교류와 연결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간 부산에서 이뤄졌던 기술 매칭데이, 기술장터, 기술거래촉진 네트워크, 수요기술 발굴, 기술 사업화 지원 등은 묻혀있던 기술을 현장으로 끌어내고 필요한 기업과의 중개를 위해 마련된 행사들이었다. 지난해 부산TP가 개최한 기술 매칭데이에선 153건의 기술 소개, 70개의 기업 참여가 이뤄진 가운데 미팅을 통해 56개 사의 168건 기술매칭이 이뤄졌다.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기업의 기술 수요조사와 대학의 기술 발굴 등 사전작업이 주효했다.
기술정보 검색 플랫폼은 상시적인 기술 매칭에 특히 유용하다. 부산TP의 부산지산학협력센터가 지난해 구축한 ‘지산학 통합e플랫폼’에서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 연구자, 기업 수요기술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검색할 수 있게 했다. 기업이 플랫폼에서 원하는 기술을 검색하고, 대학은 보유 기술을 공개해 연구 유인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TP 김형균 원장은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사업화하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연구 성과가 논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대학을 현장으로 나오게 해야 했다”며 “지자체와 부산TP는 각 주체가 만나고 이어질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연계를 해야 시너지를 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나. 지·산·학 협력은 대학과 기업 모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