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국제신문DB

- 국민 1000만 명 이용하는 듯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계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가 ‘독소 조항’이 포함된 불공정 약관을 다수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개 플랫폼으로서 법률상 책임을 지지 않거나 이용자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47개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 조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 금액은 2021년 5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 원으로 33.3% 늘었다.

특히 해외직구의 국가별 점유율은 그동안 미국이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중국이 48.7%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는 알리·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인 ‘C 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대략 1000만 명 이상 국민이 알리·테무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준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04만 명, 테무는 679만 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알리·테무를 통한 위해물품 유입과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올해 알리·테무에서 판매하는 위해 제품에 내려진 판매 차단 조치는 총 1915건에 달했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 중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조항이 있는지를 심사했다.

그 결과 플랫폼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구체적으로 ▷‘알리는 거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이와 관련된 어떠한 손해·비용·지출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테무 당사자들은 서비스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손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등의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항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알리·테무는 고의 및 중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고,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고쳤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콘텐츠를 부당하게 수집·활용하는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귀하가 SNS 계정에 저장하고 제공한 모든 콘텐츠에 엑세스할 수 있음에 동의합니다’, ‘자사 및 계열사가 다른 사용자와 연락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등이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분쟁 발생 시 외국 법원을 전속 관할로 정한 조항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해 시정을 유도했다.

한편 테무 관계자는 이날 “테무는 (한국 등) 진출 시장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지 기대에 부합하도록 운영 방식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