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중 우려

- 시중銀·주요회사 비상대책회의

한 겨울 밤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 계엄에 한국 경제가 직면할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돈’으로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제에 미칠 여파를 차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계엄 후폭풍’ 차단 안간힘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각 경제 주체들은 후폭풍 최소화에 고심했다. 한국은행은 비(非)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계엄 선포·해제 관련 임시 회의를 열고 이런 방안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의결했다. 한은은 보통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정례적으로 RP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데, 계엄 선포·해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비정례 RP 매입으로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뜻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민간 경제 주체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금융그룹 등은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금융그룹은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시장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IT사고 예방 점검 강화와 함께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재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LG는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했다. HD현대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각 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불안한 한국’ 이미지 치명타

수십 년 쌓아 올린 대외 신인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B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국 유력 매체들은 실시간 한국 계엄 상황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을 부각했다. 한밤중 시내로 이동하는 계엄군, 국회 앞 대치 등 사진·영상 등도 전파를 탔다. 모두 글로벌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 빈약한 재정 기반,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한국 경제는 사면 초가 상황이다. 계엄 사태 후폭풍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의 마이클 완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계엄 사태에 대해 “적어도 정치적 안정이 명확해질 때까지 통화(원화를 지칭)에 대한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는 지금 대통령의 정상적 통치가 어려운 상태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