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금융정책 공백 가장 큰 우려
- 외국인 불안감 잠재울 대책 필요
- 취약한 지역경제 특단 조치 주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요동쳤던 경제·금융 지표가 단숨에 안정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와 비교해도 현 경제 상황이 실물 경기와 금융 흐름 측면에서 현저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신정부의 대외 전략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큰 만큼 금융 당국이 경기 부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기업 유동성 위기·부동산PF 부실

15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내수·수출 동시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계엄 사태와 같은 정국 불안까지 만났다고 정리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환율도 미국 대선 후 상방 압력이 커졌다”며 “내년 경기를 굉장히 안 좋게 보던 상황에 이 사태까지 터져 심한 내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선 두 차례의 현직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와 비교해 지금의 여건이 눈에 띄게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 상황에 대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 초입이었다. 당시에는 민간 소비 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도 설비투자가 10~20%대 증가율을 보이면서 전체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았다”며 “지금은 기업 설비투자가 부진한데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변수가 생겼다”고 했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가속할 위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얼어붙은 경제 심리에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돈줄을 죄면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미노’ 파산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 메시지 관리 주력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싸늘해졌고, 이는 곧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대외 메시지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연구위원은 “그동안 재정 정책의 여력이 크지 않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느리다는 정책 공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지금은 그런 차원을 넘어 필요한 시점에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금융 정책 공백이 가장 큰 문제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의 정책 대응 자체가 없는 것으로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 경제 상황을 돌파하려면 대외 메시지 관리에 더해 정책 전환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먼저 금융당국이 장기 구조개혁보다 우선 눈앞의 경기 부양에 무게를 실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 경기 부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 원화 약세도 안정될 수 있다. 지금은 경기 하방 위험을 관리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계도 경제 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한 상공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은 어렵고, 환율을 계속 올라 경영 상황이 계속해서 안 좋았다”며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닥쳤다. 경제정책 공백 사태가 생기면 가뜩이나 허약한 지역 경제가 내년을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