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12·3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고환율 등으로 얼어붙는 가운데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더 얼어붙고 있다. 내수 진작 행사마저 취소되는 등 소비 심리는 더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로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소비 심리가 위축돼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고 내수 진작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사를 취소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신입직원 12명 등 임직원 20여 명이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골목 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하려 했으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전날 제주항공 사고로 인해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된 영향이다. 대한상의 임직원들은 당초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해 과일, 어묵, 건어물 등을 구입하고 시장 내에서 점심식사도 함께 하려 했었다.

대한상의는 또 다음 달 3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참사 피해자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등 애도를 할 예정이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매년 초 경제계와 정·관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가 모여 덕담과 인사를 나누는 경제계 최대 규모 신년 행사다. 대통령, 국무총리 불참에도 경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진 만큼 당초 계획보다 행사를 차분하게 진행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기업인과 경제단체장, 정계 인사, 언론계 대표,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5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참석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예정됐던 임원 송년회를 취소했다. 내년 1월 3일 열릴 시무식에서는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를 위한 애도 시간을 갖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신년회 연기를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은 매년 12월 31일 자정 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각 업체 부서마다 회식이나 신년회 등을 미루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산시 역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애도하며 새해 타종행사를 취소했다. 시는 31일 밤부터 내달 1일 새벽 용두산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새해맞이 부산 시민의 종 타종 행사’를 취소한다고 30일 밝혔다.

한편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민관이 합심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께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창졸간에 가족을 잃어 너무나 황망하실 유족들께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신속한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유족과 부상자, 관련 피해자 모두에 대한 심적·물적 지원을 위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민간을 아우르는 공동체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