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SK온도 적자 가능성
- 비상 경영·희망퇴직 등 칼바람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 정체(캐즘·Chasm) 현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후방 시장인 국내 배터리 업계의 부진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올해 업계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각 기업의 생존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9일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255억 원(잠정 집계)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4% 줄어든 6조4512억 원이다.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4분기 들어서 잠정 집계이지만 적자 전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은 3773억 원으로, AMPC를 제외한 적자는 6028억 원이 된다.
조만간 실적 발표를 하게 될 삼성SDI, SK온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3분기 분사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던 SK온도 다시 적자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는 수요 둔화, 공급 과잉,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캐즘 장기화로 주요 완성차 업체(OEM)들은 전기자동차 출시 일정을 조정하고 재고를 늘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도 국내 업체들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중국 CATL, 비야디(BYD) 등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자국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수출로 해결하며 점유율 확대를 진행 중이다.
미국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국내 업계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IRA 등 바이든 미 행정부가 취하던 배터리 산업 지원책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AMPC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리스크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시장의 완성차 업체 전략이 둔화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업황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더 낮아질 것이며 이후 전기차 수요 개선 여부가 업황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불황 타개하기 위해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에 돌입했고 SK온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 미국 현지 주요 생산 시설을 효율화하고 공장 건립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진행 중이다. 올해 배터리 업체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통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는 등 생존을 위한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