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은행권 ‘이자 장사’의 주요 수단으로 지목되는 가산금리 산정 체계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은행권도 최악의 상황인 가산금리 세부 내역 공개를 피하는 선에서 야당 요구안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민주당 정무위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5대 은행장이 참석한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가계·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차원에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바꾸는 은행법 개정 작업에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대출 가산금리는 은행이 은행채 금리,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다. 가산금리에는 업무 원가·법정 비용·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는데,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민주당은 은행권이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30일 민병덕 의원 등 11명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 개정안에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항목(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각종 기금에 대한 출연료 등)을 명시했다. 이런 항목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의원들은 개정안 발의에 대해 “은행이 각종 법정 출연금과 예금 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 보험료까지 대출 금리에 넣어 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이런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6월 민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개정안과 비교하면 12월 안의 규제 수위가 그나마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6월 안에는 대출 금리 반영 불가 항목에 교육세도 포함됐고,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가산금리 세부 항목까지 공시하는 규정까지 포함됐다. 6월 안이 실행되면 은행권이 가산금리에 포함할 수 없는 비용은 연 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기준금리 하락 추세에도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만 대폭 낮추는 ‘이자 장사’로 은행 임직원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의 은행권 압박에 대한 비판도 인다. 야당 대표가 국회 밖에서 시중은행장 전체와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부 부처나 금융당국의 권한도 없으면서 은행장들을 호출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를 교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대표의 지속적인 월권 행동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